[기자의 눈]박성원/‘몽니 집안’ 자민련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37분


‘3·26’ 개각의 최대수혜자는 자민련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번에 의원 3명이 추가 입각함으로써 각료 20명 중 5명이 자민련 출신으로 채워졌다. 자민련으로서는 공조복원의 ‘열매’를 챙길 만큼 챙긴 셈이다.

그러나 27일 자민련에서는 때 아닌 ‘몽니’가 잇따랐다. 개각 하마평에 오르다 탈락한 이양희(李良熙)원내총무와 이완구(李完九)의원은 이날 ‘배려’ 차원에서 각각 사무총장과 원내총무에 임명됐으나 정작 본인들은 당사에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이양희 신임총장은 이틀째 지역구인 대전에 머문 채 연락을 끊었고, 이완구 신임총무도 이날 지역구(충남 청양―홍성)로 내려가 버렸다. 이 바람에 4월 임시국회 일정을 협의한 여야 총무회담은 민주당과 한나라당만의 회담이 되고 말았다.

회담에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는 조심스럽게 “자민련이 (개각에 따른) 당직개편 과정에서 마찰이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2여(與) 공조라니까 자민련이 안나와도 관계없지 않느냐”고 ‘뼈있는’ 농담을 했다.

자민련에서는 “이러다가 총장 총무가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입방아도 무성했다. 이들 외에 몇몇 핵심 당직자들도 이날 당사에 나오지 않았다.

보다 못한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은 “기회란 또 있는 것이고 정치인의 덕목은 참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라며 “본인들이 싫다면 또 (당직을) 바꿔야지”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의원을 4명이나 꿔가고도 우리 당 최고위원 지역(논산)의 시장후보 자리를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정당 아니냐”며 혀를 찼다.

참을 수 없는 ‘잿밥 욕심’에 흔들리는 자민련을 바라보면 DJP공조 복원 이후 자민련이 내걸고 있는 ‘상생공득(相生共得)’이란 ‘더 많이 나눠먹고, 더 얻어먹자’는 뜻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박성원<정치부>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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