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삼성 이재용씨의 '이상한 첫작품'

  • 입력 2001년 3월 27일 10시 37분


"첫 작품치곤 고약하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가 인터넷기업 지분을 삼성계열사에 매각한다는 소식을 접한 시장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계열사들이 특별한 이유없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7일 삼성그룹은 재용씨가 대주주로 있는 인터넷 지주회사인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 가치네트, 시큐아이닷컴의 보유지분을 삼성 계열사 등에 전량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인터넷 지주회사인 e-삼성 240만주 75%(재용씨 지분60%, 개인지분 15%)를 제일기획에 넘긴다. 해외 인터넷 지주회사인 e-삼성인터내셔널 보유주식 480만주(55%)는 삼성SDS에 300만주, 삼성SDI와 삼성전기에 각각 90만주씩 처분키로 했다.

가치네트 보유지분 240만주는 삼성카드에 7만주, 삼성캐피탈에 7만주, 나머지 모두는 외부 금융기관에 처분되고 시큐아이닷컴 보유주식 50만주는 전량 에스원에 팔린다.

삼성그룹은 재용씨가 삼성전자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인터넷 지분을 매각했지 결코 인터넷 기업 부실을 계열사에 떠맡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의 반응은 삼성그룹의 주장과 완전히 상반된다. '주주이익을 무시한 독단적 처사'라고 비난한다.

무엇보다 대규모 적자에다 매매조차되지 않는 인터넷 주식을 비싸게 계열사들이 산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480만주의 e-삼성인터내셔널 장부가치는 240억원. 3개 계열사에 넘기는 가격은 195억원으로 장부가격의 81%에 매도하는 셈이다. 너무 후하게 계열사들이 매수한다는 지적이 태반이다.

심지어 e-삼성 240만주(120억원)을 제일기획에 208억원에 매도한다는 방침이다.

장부가격보다 무려 173%의 할증율로 거래되는 셈이다.

적자상태에다 수익모델의 부재, 유동성 부족 등을 감안할 때 턱없이 높은 가격이란게 시장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수가격도 문제지만 인수업체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시된다. e-삼성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삼성SDI는 인터넷 사업과 전혀 무관한 업체. 시장전문가들은 "외국인지분율이 57%를 넘는 삼성전자가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전자계열사 중에서 가장 현금흐름이 양호한 삼성SDI가 총대를 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이재용씨의 인터넷업체 지분 매각은 '지배구조의 비민주성'을 야기해 외국인들의 대량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계열사 사옥 매각으로 SK텔레콤이 곤욕을 치렀는데 이번 지분 매수로 삼성계열사들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경신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주가하락으로 반응하고 있다.

10시 25분현재 제일기획(-5.7%) 삼성전기(-2.0%) 삼성증권(-1.1%) 에스원(-0.9%) 등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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