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차세대 지진 방지 기술들 속속 개발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28분


최근 국내에서 지진에 대비한 새로운 기술들이 잇달아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까지 지진에 대한 대비는 기둥이나 철근을 두껍게 해 지진의 충격을 이겨내는 이른바 내진(耐震)설계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비해 최근 개발된 기술들은 지진의 충격을 회피하는 면진(免震)이나 적극적으로 지진의 영향을 상쇄시키는 제진(制震) 개념을 도입한 것이 특징.

원자력연구소는 3차원 면진베어링을 세계 최초로 개발, 국제 특허를 획득했으며 현대건설은 면진테이블을 개발했다. 또 곧 문을 열 인천공항의 관제탑에는 제진시스템이 도입됐다.

건물의 기초에 탄성고무와 강판을 겹쳐둔 면진베어링을 설치하면 건물 전체가 이 위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이게 돼 지진의 충격을 1/6∼1/8로 줄여준다. 이것은 야구공을 받을 때 글러브를 낀 손을 약간 뒤로 빼면서 받음으로써 공의 직접적인 충격을 빗겨갈 수 있는 것과 같다. 지난 94년 미국 노스리지에서 발생한 강도 6.7의 지진으로 모든 병원들이 다 파손됐지만 면진베어링이 설치된 남가주대 병원만 무사한 데서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됐다.

그러나 면진베어링은 수직방향의 지진하중은 최고 200%까지 증폭시키는 단점이 있다. 원자력연구소의 유봉 박사팀이 개발한 3차원 면진베어링은 접시형 스프링 장치를 추가해 수직방향의 지진하중을 절반으로 줄였다. 유봉 박사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3차원 면진베어링을 적용하면 내진설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원자력발전소 건설비용이 1600억원이나 절감된다.

현대건설 기술연구소 김윤석 박사팀이 지난달 선보인 면진테이블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보다도 내부의 고가품들이 진동으로 인해 파손돠는 경우가 많다는 데서 착안한 것. 김 박사팀은 박물관 전시케이스 아래 10㎝ 두께의 면진테이블을 설치해 전시케이스를 지진으로 인한 진동보다 천천히 움직이게 해 충격을 완화시켰다. 김 박사는 “실험 결과 일본 고베 지진과 같은 규모의 진동에도 전시케이스 안의 도자기가 안전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인천공항 관제탑에는 제진시스템이 도입됐다. 이 시스템은 관제탑이 지진으로 인해 일정 기준치 이상으로 흔들리면 반대 방향으로 관제탑을 이동시켜 진동을 상쇄시킨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인천공항 관제탑의 제진시스템은 바람의 영향은 75%, 지진의 영향은 절반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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