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 독주와 여당내 쓴소리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14분


정부 여당의 안쪽에서 여러 갈래의 고언(苦言)과 자성(自省)의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의 단절과 폐색(閉塞)이 국민을 답답하게 하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의약분업과 의보 재정 문제, 그리고 대우 현대 문제 등이 가뜩이나 갑갑한 민생을 더욱 옥죄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낮은 목소리들은 더욱 인상깊게 들린다.

먼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앞에서 직접화법으로 자성과 방향 전환을 촉구한 두 민주당 최고위원의 진언을 지나쳐 버릴 수 없다. 김원기 민주당 최고위원이 “야당의 비판을 대범하게 포용하고 대화로 정치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김 대통령에게 말했다. 대결 대치하는 정치가 계속되면 정부 여당이 다른 것은 잘하더라도 결국 정쟁으로 인한 부담은 정권측에 안겨진다는 주장이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하다 빗나가면 그대로 정권의 부담이 된다”고 했다. 김 대통령이 지난해 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고 경제위기가 극복된 것처럼 말하는 바람에 경기침체와 더불어 민심 이반이 왔으므로 올해 하반기 이후의 경기 전망이 좋더라도 그 내용은 장관들이 나서서 말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었다.

김 대통령은 마침내 “의약분업은 내 책임이 가장 크다. 준비가 부족했는데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안이한 판단, 목표만을 의식한 무리한 발진이 문제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의약분업 강행에 덧붙여 민주당의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과 차흥봉 당시 보건복지부장관, 김유배 대통령복지노동수석비서관 셋이서 의약분업을 밀고 가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의 반대가 수렴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새 제도가 옳더라도 돈이 많이 들고 재정부담이 커지며 일시적으로라도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당내 최고위원들의 진언도 묵살되었다고 전한다.

여당의 대야(對野) 정치나, 정부의 정책결정에서 그동안 대통령의 독주와 독선의 흔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여야가 따로 달리는 ‘닫힌 정치’, 서로가 탓하며 싸우는 대결과 대치의 정치가 아니라 열린 정치가 필요하고 그것을 여당이 이끌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 역시 밀실에서 목표지향으로 밀어붙이는 식의 결정이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개혁’이란 명분으로 비판의 소리를 외면하는 독선적 질주는 결국 개혁을 망친다는 사실을 이 정권 책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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