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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9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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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실시된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 결과 사실상 파리시장으로 당선이 확정된 베르트랑 들라노에 상원의원(50)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이렇게 외쳤다.
그의 파리시장 당선은 1871년 파리코뮌 이후 130년 만에 처음으로 좌파가 파리시를 장악하게 됐다는 점과 그가 동성애자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파리시장직은 파리코뮌이 붕괴된 이후 폐지됐다가 1977년 부활된 이래 계속 우파인 공화국연합(RPR)이 독점해 왔다.
따라서 1년 전만 해도 무명의 정치인에 불과하던 들라노에 상원의원의 당선은 우파 정치 세력에 대한 파리 시민의 불만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좌파의 파리시장 후보로 유력시되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재무장관이 부패스캔들에 연루돼 실각하고 또다른 후보로 거론되던 사회당의 거물 정치인 자크 랑마저 교육장관으로 입각함에 따라 졸지에 사회당 후보로 나서게 됐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투명한 정치 새 시대를 향한 변화'를 외쳐 우파의 각종 부패 스캔들에 식상한 파리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여러 차례 "파리시장직을 더 큰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지 않겠다"고 약속해 겸손하고 소박한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지독한 애연가로 알려진 들라노에 상원의원은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1999년 한 TV토론회에서 패널로 출연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이번 선거에서 동성애 문제가 특별히 이슈화 되지는 않았다. 사회적으로 동성애를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자신 또한 동성애자를 위한 선거공약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동성애자들은 그의 당선으로 매년 6월 말 파리에서 열리는 게이퍼레이드 행사 때 파리시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리시장은 이날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시의원들이 25일 공식 선출하게 된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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