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술주 장미빛 미래 거품이었나

입력 2001-03-14 18:49수정 2009-09-2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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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일간 투자지침서) 시황은 ‘완벽한 후행지표’라는 말이 있다. ‘증시전문가’들에 대한 조롱 이외에 ‘주가의 방향을 알아맞히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을 담은 말. 나스닥지수가 2,000밑으로 떨어진 12일(미국 시간)만 해도 미국 증권가는 비관론이 뒤덮었다. 하지만 거뜬히 2,000선을 회복한 13일 전문가들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이다.

투자자들은 전문가들의 주가맞히기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주가흐름의 이면에 있는 논점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갖출 필요가 있다.

나스닥 2,000은 어림잡아 90년 이후 나스닥지수 저점연결선의 하단 언저리다. 즉 모양상 100개월이 넘는 장기호황을 낳은 신경제(New Economy)에 기반한 주가상승분이 모두 날아간 상황. 이에 따라 나스닥 2,000 붕괴는 정보기술(IT)혁명과 기술주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인 차원의 논쟁을 이끄는 계기다.

▽‘비이성적 비관’〓올해 전세계증시에서 주가하락을 주도한 것은 성장주, 특히 기술주였다. 기술주 급락은 올 1·4분기 또는 2·4분기의 실적 악화전망에서 초래됐다. 지금까지 성장주가 환호를 받은 것은 5∼10년 이후의 수익전망이었음을 돌이켜보면 아이러니다. 여태 적자를 면치 못한 아마존의 주가를 한때 100달러(99년말)까지 밀어올렸던 것도 바로 이 성장성에 대한 기대였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런 아이러니를 ‘집단적 공포심리(Panic)’로 풀이한다. 90년대 미국 증시를 지배했던 것이 ‘비이성적 낙관’이었다면 지금은 ‘비이성적 비관’이 투자자들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

▽‘IT혁명’은 혁명인가〓주가가 바닥없이 빠지다보니 90년대 미국의 장기호황을 가져온 ‘IT혁명’을 부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결론을 내릴 때가 아니라는 반론도 거세다. 굿모닝증권 홍춘욱과장은 “IT혁명의 주가반영은 90년대초부터 시작됐으며 나스닥지수는 91∼98년까지 연평균 200%이상의 주가상승률을 보였다”고 말한다. IT버블이 시작된 98년중반 러시아위기 직후 주가는 1,700∼1,800선이므로 이 지수대가 무너져야 IT혁명의 실패를 말할 수 있다는 주장. IT혁명을 부인하는 이들은 기술주들의 주가수익배율(PER)이 높기 때문에 나스닥거품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나스닥의 PER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케케묵은’ PER지표로 나스닥 기술주들의 고평가 여부를 말할 수 없다는 주장이 아직은 다수다. 공모로 거둬들인 돈을 매년 적자를 내면서까지 회사를 키우는 데 쓰고 있는 나스닥기업들에 PER라는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가혹한 난센스라는 얘기.

▽도미노 주가폭락〓나스닥 폭락은 전 세계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이번 미국 경기하강은 10년만에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매우 강력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래 처음 겪는 것이기 때문에 파급경로도 다양하다”고 주장한다. 국제투자자본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증시 차원의 직접적인 동조화와 동시에 실물부문에서도 긴밀한 관련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 대기업들은 국내 매출의 3배 이상을 미국 자회사를 통해 올리고 있다. 미국 주가폭락과 미국 경기침체가 세계 불황과 주가동반폭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FRB의 대응능력〓미국의 이번 경기하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나스닥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취한 잇따른 금리인상의 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FRB의 경제조율능력을 믿는 이들은 3월과 5월에 예상된 금리인하가 또다시 상황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하강은 단순한 재고조정이 아니라 전형적인 정보통신부문 과잉투자와 자산버블 폭발로 야기된 경기침체라는 반론이 거세다. 이 경우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먹혀들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다. 더구나 최근 발표되고 있는 거시경제지표들은 서로 다른 신호를 내고 있다. 노동시장과 부동산시장 관련지표들은 경기호황을 알리고 소비시장과 기업실사지표들은 경기침체 사인을 내고 있다. 그린스펀 FRB 의장조차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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