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미국 유력신문들 상반된 시각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42분


미국의 언론들은 7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대북정책 공조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지는 6일 사설을 통해 “북한의 변덕스러운 전력에 비춰볼 때 예측이 어렵긴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보다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부시 대통령과 김 대통령은 이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타임스는 7일 김 대통령의 워싱턴 도착 기사에선 “김 대통령과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다루는 올바른 전략을 놓고 충돌할 수도 있다”고 말해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간에 견해차가 적지 않음을 인정했다.

이 신문은 더글러스 팔 아시아태평양정책센터 소장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은 경찰, 김 대통령은 성직자같다”며 “경찰은 북한을 무장해제하고 길에서 끌어내려 하지만 성직자는 북한이 회개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기를 원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지도 6일 헨리 키신저 전국무장관의 기고를 통해 “김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간의 대북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지는 6일 사설에서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대북유화정책을 지속시키고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무산된 대북 미사일협상을 되살리도록 요청할 가능성이 있으나 우리는 부시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널은 또 “부시 대통령은 반대로 김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때 무슨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를 물어야한다”며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는 한국 등 미국의 우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한―러 공동성명은 정도가 지나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대북경수로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에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더 안전한 방법이 있으며 북한은 송전망이 원시적이어서 원자력발전소를 다루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USA투데이지는 이날 “부시 대통령은 대북 문제에 관한 전임자의 정책에서 크게 선회해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에 관한 협상 속도를 늦추는 대신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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