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월가의 여제'애비 코언의 변명

  • 입력 2001년 3월 6일 15시 54분


지난해 미국증시는 증시 역사상 20년만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39%나 폭락했고 잘나가던 닷컴주도 수백분의 1토막이 나는 등 투자자들은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평소 '월가의 여제'라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골드만삭스의 수석 전략가인 조셉 애비 코언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증시예언이 터무니없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해 9월 S&P500지수가 연말까지 157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실제로 결과는 예상보다 16%하락한 1320.28에 머물렀다. 다우존스지수도 예상치보다 14%하락한 수치로 나타나 체면을 구겼다. 게다가 2001년 증시에 대한 그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는 정체국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는 자신의 전망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자 신문에서 증시전망이 어긋난 데 대한 그녀의 변(辯)과 올 한해 증시예측을 소개했다.

◆지난 해 증시가 추락한 이유

우리는 2000년 3월 추천종목군을 조정하면서 당시 한창 잘나가던 첨단기술주에 투자한 돈을 빼내 S&P500종목군에 넣으라고 충고했다. 결국 이 시기 첨단기술주는 최고가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우리의 권고는 적절한 것이었다.

우리는 또한 지난 해 하반기에 급격한 경기둔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해 초 전망에서 GDP성장율과 이익률의 증가가 연말에는 전년동기대비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11월과 12월의 경기둔화세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예상치보다 훨씬 둔화세가 급격했기 때문이다. 증시도 이에 영향을 받아 급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두 달간의 날씨가 예외적으로 혹독하게 추웠으며 에너지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게다가 대통령선거의 결과발표 지연으로 소비도 위축된 데 이유가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재고가 급격히 증가했고 실적이 악화됐다. 그러나 이 같은 재고조정과정은 급성장의 둔화에 따른 일시적인 변동과정일 뿐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다.

◆2001년 증시는 여전히 낙관적

현 미국증시는 모멘텀을 읽었고 균형상태도 아니다. 우리의 전망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연간 7∼8%의 수익증가율을 달성하리라는 데 기반하고 있다. 이 모델을 S&P500종목에 적용하면 현재 S&P500지수는 상당히 저평가 돼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평가 돼있는 시장은 주식매입에 적은 비용이 들지만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해 모두가 증시에 대해 낙관적이었을 때 주가하락에 따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처럼 현재 모두가 증시에 비관적일 때 주가하락의 위험은 가장 적으며 이익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분산투자의 기본기를 지켜야 한다. 지난 해 추락하는 증시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본 투자자는 분산투자의 원칙을 어긴 사람들이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시장의 장기간 퍼포먼스에 주목해야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의 빗나간 예측으로 투자자들이 화를 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장기적인 시장의 퍼포먼스를 봐야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해 증시가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에 대해 불행해 하지만 그 이전의 증시가 유례없을 정도의 호황으로 기록적인 경제성장과 이익률향상을 나타낸 것도 기억해야 한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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