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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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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를 역설하면서도 기업이 자료설계 도면도 없다면 자료의 질과 응답 속도는 당연히 의심된다.
교통 지도가 없으니 답이 늦게 나와도 도대체 어디서 어떤 형태의 정체 현상이 발생했기에 지체되는지 원인 규명이 불가능하다.
지난 10여년간 이러한 자료설계도면을 전사 차원에서 만들어보기 위해 몇 가지 방식의 시도가 있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방식과 자료 창고화(DWH·Data Warehousing)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ERP의 진화 정지설과 DWH 실패론이 제기됐지만 요즘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두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ERP 과업이나 DWH 과업이 일단 끝나고 나더라도 회사 전체 차원의 자료설계도면은 어차피 구하기 어렵다.
파편식으로 구해진 자료설계도면들을 하나로 합쳐서 구성해 본다 한들 조각 짜깁기 형태의 설계도면밖에는 나오기 힘들다. 이래서는 자료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짜깁기식 자료설계도면에 땜질식 응급처치가 성행한다면 기업의 전체 자료설계도면 제작을 완성하는 일은 요원하다. 이렇다면 정보화 과업 자체도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한 일인지 회의적이다.
정보화의 최종 산출물은 결국 사무자동화용 프로그램과 데이터다. 프로그램을 만들기에는 열과 성을 다하고 있으나 데이터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거의 정반대다.
데이터가 프로그램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프로그램 중심 사고 방식에 머무르지 말고 데이터 중심으로 눈을 떠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1차 형성된 데이터들을 놓고 데이터의 급을 분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분석 과정에서는 자료 중복성을 극소화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이것이 데이터 감별 능력의 첫째 요건이다.
두번째는 병아리 감별사가 순식간에 암수를 판별하듯 데이터를 어느 급의 정보로 분류해내느냐가 핵심이다. 자료가 제대로 분류되어야만 데이터베이스의 규모도 최소화하고 어떤 조회나 갱신 요구에 대해서도 답을 신속히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론을 제대로 채택하여 전사 데이터 설계도면을 제작한다면 대기업의 경우 대략 6개월이면 완성할 수 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moon@cai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