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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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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끈체 한반도상공 통과▼
러시아는 미르호 설비가 낡아 자주 고장을 일으키는 데다 경제난으로 거액의 유지비를 마련하기 곤란해지자 폐기하기로 1월 확정했다.
이후 무게 143t의 미르호는 지구상공 400㎞의 정지 궤도에서 벗어나 서서히 고도를 낮춰 왔으며 12∼18일 사이 지구 상공 250㎞에 이르면 엔진이 꺼진다. 이어 원격조종에 의해 폭파된다. 약 1500개의 파편으로 분해된 미르호는 이어 대기권에 진입한다.
현재 계획으로는아프리카 상공에서 엔진을 끄고 시베리아와중국, 한반도와 일본 서부 지역 등 인구 밀집 지대를 통과한 다음 태평양 동부 상공에 이르렀을 때 폭파될 예정. 파편 가운데 일부는 소형 자동차 크기에 무게 700㎏에 이르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편은 대기권 진입시 소각되며 극히 일부가 남태평양 해상, 호주와 칠레 중간지점에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파편이 육지에 떨어져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파편이 일본에 추락해 피해를 가져올 확률은 1억분의 1이라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호주 당국도 미르호 폐기에 따른 피해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파편 피해가능성 거의 없어▼
미르호의 폐기로 1957년 사상 최초의 무인 우주선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한 뒤 최초의 우주견(宇宙犬) 라이카, 최초의 우주인 유리 A 가가린을 탄생시킨 옛 소련의 우주 개발 전성기는 사실상 막을 내린다.
러시아어로 ‘평화’ ‘세계’를 뜻하는 이름의 미르호는 1986년 2월20일 핵심 모듈이 발사된 뒤 이후 5개 부분이 추가됐으며 당초 예정 수명의 3∼5배의 기간을 활동해왔다. 1989년 9월부터 1999년 8월까지 미르호에서는 우주공간에서의 희귀 물질 재배, 장기 우주비행과 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 등 2만3000여건의 과학실험이 이뤄졌다.

▼러 유지비 부담 커 폐기▼
그러나 미르호는 노후되면서 1997년 한 화물우주선과 충돌한 적이 있으며 컴퓨터 고장도 잦아졌다.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미르호에 체류했던 세르게이 아브데예프는 “공기 누출 지점을 찾아내고 정수(淨水)시스템 등을 고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경제난으로 유지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각국 연구진에 우주연구실로 임대하기도 했으며 한때 우주관광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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