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아이에겐 이런책을]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44분


◇머빈의 달콤 쌉쌀한 복수

레온 페게로 글, 셜리 피터스 그림 박진희 옮김

87쪽 5500원 아이세움

“그러니 가족들 모두가 자기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깨달았으면 했다.”(본문 76쪽)

비상사태였다. 자신도 프리드만씨의 가족이라고 굳게 믿었던 고양이 머빈에게는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완벽한 배신이었다. 어쩜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머빈은 머리가 다 아팠다.

머빈은 프리드만씨와 새끼 고양이 때부터 함께 살아왔다. 그리고 그 가족들이 휴가를 갈 때 지금까지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갈 열대 낙원에서의 ‘특별한’ 휴가에서 머빈이 빠진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프리드만씨가 황금빛 모래밭에 누워 일광욕을 하며 맑고 푸른 바닷물을 바라볼 때 머빈은 궁상맞게 혼자 집에 남아 시시한 통조림 깡통이나 뜯으며 지내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머빈에게는 그랬다. 아무리 항공사에서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고 호텔 역시 마찬가지라 해도, 가족들은 자기를 데려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택시가 프리드만씨 가족과 짐을 터질 듯 가득 싣고 사라진 다음, 머빈은 휴가에서 완전히 제외된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를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간단히 말해 머빈은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복수를!

돌아온 프리드만 가족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 나서 머빈은 콧대를 세우고 가장 거만한 태도로 털북숭이 발을 떼어 놓았다. 그리고 머빈을 위해 열어놓은 고양이 출입구를 지나 집안으로 들어갔다. 머빈은 다시 프리드만 가족들 삶속으로 되돌아갔다.

재미있고 귀여운 동화다. 작은 고양이에 오버랩된 앙증맞은 아이의 중얼거림이,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가장 믿었던 사람들에게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받는 상처가 실감나게 그려져 있고, 달콤 쌉싸름한 복수를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그 또래 아이들의 모습이 설득력 있다.

무슨 일에인지 삐쳐 있는 초등학교 2, 3학년 아이들 머리맡에 슬그머니 놓아두면좋겠다. 아이들이 그 복수의 내용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빙그레 웃을 수 있도록. (아침햇살아동문학회)

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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