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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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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이 끊임없이 법원 4층에 위치한 입찰법정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이날 1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이 법정을 찾은 사람들은 대략 400명. 법정 안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100명 정도는 법정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밖에서 서성거렸다.
최근 경매가 열리는 서울시내 법원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법원경매정보업체 ‘태인컨설팅’의 박성락 서부지사장은 “지난달 초부터 서울시내 법원 경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평균 30% 이상 늘어났다”며 “은행정기 예금금리(1년 만기)가 6%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법원경매를 통하면 시세보다 훨씬 싼값에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고, 되팔면 적잖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새삼 부각됐다는 것.
이처럼 인기가 높아지자 당연히 경쟁은 치열해지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올라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1월의 평균 낙찰가율이 61%였으나 2월24일 현재 69%로 8% 포인트가 올랐다. 수도권 전체로도 1월의 60%에서 2월에는 64%로 4%포인트나 뛰었다.
이 과정에서 ‘과욕’으로 ‘빚지는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응찰가의 마지노선을 감정가의 85% 정도로 잡는다. 세입자 처리비용과 대행사가 있으면 수수료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2월 28일 서울 동부지원에서 입찰된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19평짜리 아파트의 경우 감정가 7300만원에 낙찰가는 7500만원이나 됐다. 낙찰가율이 103%가 된 것. 이 아파트 낙찰자는 최소한 600만∼700만원 정도의 추가 부담을 예상해야 한다.
이 경우 아파트의 현시세가 8500만원이므로 300만∼400만원 정도 시세차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 처리 등 앞으로 남은 숙제를 해결하면서 투입해야 할 정신적 물질적 비용을 감안하면 효과적인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같은 경우는 대부분 초보자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다. 법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에 적게는 5, 6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이 덤벼들면 조바심 때문에 응찰가를 높이게 되는 것. 하계동 아파트의 경우 응찰자가 무려 47명이나 됐다.
이 같은 실수를 예방하려면 경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응찰가를 정한 뒤 법정 안 분위기에 따라 응찰가 수위를 조정해야 한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선 치밀한 사전분석과 전술이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