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금감원이 이중 잣대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33분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는 심심찮게 시위가 벌어진다.대부분 금감원이 주도한 구조조정으로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이 벌이는 시위다.그런데 요즘에는 정문앞이 아니라 금감원 내부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의 하나로 금감원이 갖고 있던 정책 기능을 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로 통합시키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하자 금감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금감원은 27일 대강당에서 전체직원 1430명중에서 800여명이 참가한 궐기대회를 열었다.

간부직원 대부분은 조직개편안 철회를 지지하는 서명도 했다.최근에는 금감위와 업무 협조를 해야하는 사안의 경우 아예 손을 놓는 태업(怠業)까지 벌이고 있다.

사실 일반인들은 금감위와 금감원이 뭐가 달라서 이렇게 갈등을 빚고 있는지 잘 모른다. 단지 신분이 공무원과 민간인이라는 차이만 있을뿐 같은 사람들 이란 생각 때문이다. 금감원 조직개편이 정부안대로 이뤄진다면 상당수 보직이 줄어드는게 불가피하다. 직원 입장에서는 그동안 가졌던 막강한 정책권력 을 잃고 단순한 검사 업무만 하는 것이 못마땅할 법도 하다. 금감원이 우려하는대로 관치금융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다해도 요즘 금감원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씁쓸한 느낌을 준다. 금감원이 어떤 곳인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명제 아래 숱한 금융회사를 시퍼런 칼날로 내리쳤던 곳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사실 금감원이 주장하는 논리는 보통사람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금감원의 논리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많은 금융회사들도 이에 맞선 자신의 논리가 있었다.

내가 칼을 휘두를 때는 개혁을 위한 구조조정 이고 남이 휘두르면 부당한 간섭이며 음모 라는 주장은 금융감독기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훈<금융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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