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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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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애완동물을 키우는 ‘다마곳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순식간에 재고가 바닥났고 생산능력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주문후 3개월이 지나야 겨우 제품을 받을 수 있는 ‘기이한 사태’가 빚어졌다. ‘가짜 다마곳치’까지 판을 치면서 반다이사는 ‘유사품을 주의하세요’라는 문구도 포함해야 했다.
통상 장난감은 10만개 이상 팔리면 대성공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다마곳치는 6개월만에 약 300만개가, 현재까지 약 4000만개가 팔렸다. 96∼99년 다마곳치 매출액만 680억엔(약 6800억원)이 넘는다.
다마곳치는 달걀을 뜻하는 ‘다마고’와 시계인 ‘와치(watch)’의 합성어. 다마곳치의 인기는 △휴대전화나 노트북처럼 ‘가지고 다닐 수 있는(portable)’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당시의 분위기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 △젊은이들 사이의 선풍적인 유행을 선도하는 ‘여고생들’에 대한 타깃마케팅의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97년 7월15일자에서 ‘어딘가에서 ‘삐―삐―’ 소리가 들리면 십중팔구다마곳치의 우는 소리’라며 ‘2㎝의 화면에서 동그란 생물이 ‘배고파’ ‘화장실가고 싶어’라며 말을 건다’고 언급했다.
반다이사가 일본의 좁은 주택사정 등으로 애완동물을 기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게임기를 만들겠다며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95년 8월. 이듬해 상반기 다마곳치 개발팀은 시제품 프로그램을 사내에서 시범으로 사용해 봤다. 월요일 출근해보면 주말동안 돌보지 못한 다마곳치가 병들어 있곤 해 매주말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었을 정도.
‘히트상품은 여고생이 유행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 착안, 여고생이 읽는 잡지를 모조리 읽어보며 색 형태 등을 분석했다. 도쿄 시부야지역 여고생에게 설문을 돌려 모양이 귀엽다고 할 때까지 다시 만들었다. 96년 가을 키티랜드 등 여고생들에게 인기있는 가게에서 1000개를 시험판매했다. 다마곳치는 여고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6개월이 못돼 전국적인 ‘다마곳치 신드롬’을 일으켰다.
다마곳치는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수업에 방해가 돼 학교에서 다마곳치 휴대를 금지하자 집에 있는 다마곳치에 대한 어린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학교에 간 동안 다마곳치가 죽어있으면 부모와 아이 사이에 ‘큰 싸움’이 나곤 했다. 부모들의 항의섞인 요청으로 반다이는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지시킬 수 있는 새 제품을 서둘러 내놔야 했다.
도움말 애틀러스리서치그룹(www.atlasresearchgroup.com)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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