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듀란트 "이 영광을 아내에게…"

  • 입력 2001년 2월 19일 18시 34분


“아내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결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습니다.”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퀸타 PGA웨스트GC(파72)에서 막을 내린 밥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총상금 350만달러).

조 듀란트(37·미국)는 마지막 5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올려 최종합계 36언더파 324타를 마크했다. 2위 폴 스탠코우스키(미국)를 4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그는 98년 웨스턴오픈 우승 이후 통산 2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은 63만달러.

이미 36홀, 54홀, 72홀 최저타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톰 카이트가 93년 이 대회에서 세운 90홀 최저타 기록도 1타 줄였다.

듀란트는 “정말 마법에라도 걸린 듯한 한 주였으며 고비마다 퍼팅이 마음먹은대로 잘 된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기록제조기’로 화려하게 주목받기 전까지 듀란트는 오랜 절망의 터널을 지내야 했다. 그가 일곱 살 때 51세였던 아버지가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다. 듀란트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골프에 매달려 아마추어 유망주로 인정받았으나 87년 프로데뷔 후 철저하게 무명의 세월을 겪었다. 91년 2부투어 27개 대회에 나가 9차례나 컷오프에 걸리면서 1만6095달러의 수입에 그치면서 아예 골프채를 놓았다. 6개월 동안 보험회사 설계사로 일했지만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하며 또다시 좌절했다.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듀란트는 아내 트레이시의 간절한 설득으로 다시 클럽을 잡았다. 트레이시는 그에게 “당신은 해낼 수 있다. 다시 한번 꿈을 쫓아봐라” 등 부정적인 사고 방식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는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내의 도움으로 힘을 얻은 듀란트는 6년 가까이 2부 투어에서 활동하다 97년 PGA투어에 뛰어올랐고 이듬해 데뷔 첫승을 거뒀다. 99년 갈비뼈를 다쳐 한시즌을 쉰 뒤 지난해 4차례 ‘톱10’에 들며 상금랭킹 76위를 차지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유달리 가족사랑이 강한 듀란트는 “내 과거는 어두웠지만 이제는 달라졌고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 플레이에만 몰두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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