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리키마틴과 조성모는 닮은 꼴?

  • 입력 2001년 2월 19일 11시 25분


지난해 팝 음악의 최대 화두는 라틴 음악 열풍이었다. 리키 마틴(사진), 제니퍼 로페즈라는 걸출한 남녀 스타의 탄생은 미국의 그래미 뮤직 어워드에 라틴 팝 부분을 신설시키며 라틴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게 했다.

특히 리키 마틴은 라틴 음악 열풍의 선봉장으로 <타임>지 '1999년 화제의 인물'과 <피플>지 '1999년 최고의 흥미로운 인물 25인'으로 선정되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히스패닉 가수에서 일약 'Livin' la vida loca'를 전세계 1500만장 팔아치운 월드 스타로 거듭나기까지 '리키 마틴 열풍'의 중심에는 라틴 음악의 열정적인 리듬과 이성을 자극하는 그의 섹시한 몸짓이 있었다.

사실 대중 음악의 오랜 역사에서 리키 마틴이 보여준 이성의 눈을 자극하는 섹시함은 여성 뮤지션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 팝, 가요 시장을 통틀어 남성 스타들이 이성을 자극하는 새롭고 다양한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이전의 남성 팝 스타들의 무기인 미소년 같은 외모는 물론이고 강력한 카리스마 그리고 섹시함과 모성을 자극하는 나약함을 동원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현상이 예외는 아니다. 99년 'To Heaven'을 시작으로 최근 '아시나요'까지 500만장에 육박하는 음반판매로 국민 가수의 반열에 오른 조성모는 이성에게 다가가는 남성 뮤지션의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물론 조성모를 많은 사람이 사랑해 마지않는 가수로 성장시킨데는 영화를 방불케 하는 물량공세의 뮤직 비디오와 음표를 읽어 내려가는 가수로서의 가창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TV와 광고로 대중에게 포장되는 겉모양 역시 인기의 파고를 높게 했다.

10대를 자극하는 감각적인 선율의 발라드와 부드러운 남자의 이미지가 그간 조성모가 대중앞에 선보인 모습이다. 이런 조성모가 얼마 전 '다짐'이라는 곡을 통해 트레이드 마크인 천사표 가수의 탈을 벗는 시도를 했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널 깨물어 주고 싶어!' 하던 이미지를 버리고 번쩍이는 조명 아래 격렬한 몸짓의 섹시함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대조적인 이미지는 리키 마틴의 관능적인 뮤직비디오 'Livin' la vida loca'를 연상시킨다. 강한 비트의 음악와 함께 하는 조성모의 힘찬 몸놀림의 동선은 이제 1백만명의 팬을 확보한 주류 시장의 기린아 조성모의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입은 헐렁한 흰색의 남방과 가죽 바지와 격하게 팬을 향해 뿜어내는 자신감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남긴다. 비록 스타가 되기 위해 특급 뮤직 비디오와 감성의 발라드는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방식으로 대중을 자극했지만 '가시나무'가 수록된 지난 앨범 'Classic'은 앨범 재킷 디자인 표절 시비 이후 라틴 팝 스타 리키 마틴의 몸짓 흉내내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비록 10대들이 주로 열광했던 어쩌면 발라드와 댄스를 넘나드는 대중 스타로서 이런 해외 팝 스타의 이미지 차용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조성모가 천사표 엔터테이너 이미지에 또 하나의 다른 꼬리표 달고 싶은 것처럼 다음 앨범에서는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껍질을 벗는 '국민 가수'의 탄생을 기대한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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