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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14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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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경기회복과 경기침체전망 사이에서 방향성을 잃은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 미국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가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금리정책의 향방이 결정되고 바로 증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상원 증언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경제상황을 어떻게 진단했을까?
◆미국경제의 긍정적신호
"현재 미국경제는 침체에 있지 않다"
"미국경제의 문제는 일시적인 공급과잉에 있으며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지속 될 것이다"
"미국경제가 둔화로부터 곧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신호가 곳곳에 있다"
"소비자신뢰는 역사적으로 볼 때 경기성장세와 양립가능한 정도의 수준이다"
"최근 에너지가격하락세는 구매력을 신장시켜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생산성의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10년 전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생산성증가율은 소비와 판매를 증가시켜 경기둔화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만들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발표된 각종 경기지표에서 경기회복의 희망적 신호를 읽은 것처럼 보인다. 같은 날 발표된 소매판매율이 당초 기대치인 0.5%보다 높은 0.7%로 나와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주 발표된 생산성증가율도 당초 전망치인 1.5%를 웃돌았다. 실업율도 4.2%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그는 현 상황이 그리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며 더군다나 경기침체는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FRB가 공격적인 금리인하정책을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웰스 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손성원은 "그린스펀 의장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존 론스키도 "그는 FRB가 현 상황을 그리 우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의 폭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증언직후 로이터통신이 월가의 유명 딜러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도 3월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를 인하하고 후에 추가적으로 다시 0.2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해 증언이전 보다 훨씬 적은 폭의 금리인하를 예측했다.
이들은 지난 달 31일 FRB가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발표한 직후 설문조사에서 3월20일 FOMC 혹은 그 이전에 0.5%포인트의 추가금리인하를 전망한 바 있다.
◆미국경제의 부정적 신호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실질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앞으로 몇 달간 경기하강의 위험이 지배적이다"
"경기둔화가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를 감소시킴에 따라 재고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경제는 지난 수년간의 급격한 팽창 후 순탄치 못한(bumpy) 경기하강국면을 겪을 수도 있다"
"경기하강국면에 있어 충격 없는 전환의 가능성은 적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달 31일 금리인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경제악화로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소비자 및 기업의 신뢰가 쓰러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월가는 그의 발언을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번 증언에서는 그 같은 우려 섞인 발언보다는 낙관적인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지난 몇 일간 발표된 1월의 경제지표들이 경기회복세를 나타내는 긍정적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해 12월의 경기둔화세를 갑작스런 한파로 인한 '예외적인 경기급랭'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급속한 경기악화가 1월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인정했듯이 앞으로 당분간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발표될 소비자신뢰지수와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지수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지만 이미 제조업은 침체양상을 띄고 있으며 대기업들의 실적악화발표도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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