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열사 때문에…"현대重-전자 작년실적 악화

  • 입력 2001년 2월 13일 18시 38분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 등 현대그룹을 대표하는 두 계열사가 ‘그룹리스크’ 때문에 작년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에서 분리되지 않아 발생한 손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각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기순이익 95% 감소〓현대중공업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95%(3077억원) 줄어든 15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경상이익 역시 전년도보다 92%(4276억원) 감소한 366억원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당기순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은 장사를 못한 탓이 아니었다. 계열분리를 위해 현대우주항공과 대한알루미늄 현대강관 등의 주식을 처분하면서 2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또 현대전자에 2400억원을 지급보증한 것을 대지급하면서 손실이 추가됐고 3·4분기(7∼9월)까지 반영하지 않은 지분법 평가손실 500억원이 부담을 더 키웠다. 오히려 작년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100%, 영업이익은 55% 각각 늘어나 장사를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투자증권 장근호연구원은 “올해말까지 계열분리를 마무리짓는 과정에서 손실부담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손실이 실제로 반영되면서 시장의 우려감이 제거돼 중장기적으로 주가는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값 하락에 담보도 뺐겨〓현대전자도 작년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8%, 132% 각각 증가했다. 작년 4·4분기(10∼12월)에 심화된 반도체값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밑지는 장사를 하지는 않은 셈이다.

그러나 회사 자체의 잠재부실을 모두 현실화시키면서 경상손실이 2조3000억원 가까이 발생했다. 여기에는 자체부실 1조6000억원 이외에 지분법 평가손실(3920억원) 개발비감액손실(4060억원) 재고자산평가손실(780억원) 등이 포함됐다.

더구나 현대투자신탁증권에 담보로 맡겨놓은 현대택배와 현대정보기술 현대오토넷 지분(915억원)이 손실처리됐다. 자본잠식상태인 현대투신에 현물출자해 돌려받을 것이 없게 된 것이다. 소송을 제기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LG투자증권 구희진연구위원은 “현대전자가 순이익을 내는 것은 반도체값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며 “올해 반도체값은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여 현대전자는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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