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영국처녀 무동력범선으로 세계일주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31분


11일 오후 8시36분(현지시간) 프랑스 중부의 작은 항구 사블 돌로뉴항. 정박한 선박들과 취재진이 밝힌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한 이 곳에 돛을 팽팽하게 세운 요트 한 척이 항구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영국의 처녀 항해사 엘렌 맥아더(24)가 킹 피셔호를 몰고 제4회 방데 글로브 무동력 범선 세계일주 레이스에서 ‘100일 이내, 2만5000마일 항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2위로 골인하는 순간이었다.

대서양에서 인도양을 거쳐 남극대륙을 돌아 지구를 일주한 뒤 94일 만에 밟는 땅, 오랜 항해에 지친 모습이지만 그는 군중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주먹진 손을 치켜들었다. 잠시 후 그는 부친과 감격어린 포옹을 했다.

맥아더씨가 세운 기록은 94일 4시간25분40초.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인 미셸 데주아요(35)의 기록 93일3시간57분32초보다 불과 하루, 거리로는 203마일 뒤졌다. 프랑스와 영국의 언론들이 앞다퉈 경력 7년의 젊은 여성이 요트항해 역사를 다시 썼다고 보도했을 정도.

23척의 요트가 사블 돌로뉴항을 출발한 때가 지난해 11월 9일. 6척은 중도에 탈락하고 아직도 16척이 대양에 남아 순위를 다툴 만큼 이 대회는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해상 스포츠로 꼽힌다. 석달여의 항해기간 중 맥아더씨는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해상조건 때문에 하루에 20분 이상 숙면을 취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폭풍우와 거친 파도보다도 문명세계와 완전히 단절돼 대양 한가운데 홀로 떠있다는 고독감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위를 차지한 데주아요씨와 접전을 벌였으나 열대 무풍지대에서 암초에 부딪혀 긴급수리를 하는 바람에 2위로 처졌다.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축하전문을 보내 “극한적인 상황과 투쟁을 벌인 당신의 용기와 재능과 젊음에 모든 프랑스인과 함께 찬사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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