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2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다양한 진출방식▼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노키아, 휴렛팩커드, 소니처럼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은 자본금을 100% 투자,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전통적인 진출 방식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바스프, 모토로라, 제일은행, 인터브루처럼 국내기업을 사들여(M&A) 외국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방식이 많아졌다.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려면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98년이후 2년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외국인에 의한 M&A는 210여건에 달했다. 이는 이 기간 중 국내 전체 M&A의 30%.
또 외환위기이후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들이 알짜 계열사를 헐값에 매각하면서 M&A방식의 외국인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볼보건설기계 코리아처럼 국내기업의 특정사업부분이나 자산만을 사들여 외자기업화하는 방식도 있다. LG칼텍스정유처럼 지분만 투자,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않고 경영에만 참여하는 외국기업도 많다.
▼경제 '효자'로 부상▼
FDI는 90년대 들어 큰 폭으로 늘어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외국기업의 직접투자는 6500억달러 규모.
한국에서도 외자기업은 부실한 토종기업보다 국내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준다. 건실한 외자기업은 무역수지에 도움을 주고 기술이전, 고용확대, 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기여한다. 또 국내기업과 경쟁을 촉발시켜,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선진 경영기법을 받아들이거나 기업투명성을 강화하도록 자극한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핀란드 노키아의 한국 자회사인 노키아TMC는 지난 한해 2조7000억원의 매출을 이루었고 이중 2조40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국내벤처기업인 어필텔레콤을 인수한 모토로라코리아 역시 매출이 1조원이 넘는다. 98년 한화와 효성그룹의 계열사를 사들여 통합한 한국바스프는 지난해 매출이 1조2800억원에 이르며 총 매출 중 45%를 수출이 차지한다. 무려 4475명의 국내인을 고용한 한국소니전자는 매출이 8000억원에 이른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삼성중공업의 중장비사업부문을 인수, 1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고 2년 만에 ‘2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볼보는 한발 더 나아가 본사가 있는 스웨덴 굴착기공장을 폐쇄하고 한국을 세계 생산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많다▼
외자기업과 한국경제가 항상 윈―윈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자기업은 수출보다는 한국 내수시장을 노리고 진출한 곳이 많다. 한국이 투자적격지로 매력이 있다기보다는 외환위기후 워낙 헐값에 기업매물이 나오고 있어 외국인투자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이사는 “국내 산업의 절반이상이 대기업의 독과점구조로 돼있어 외국기업이 국내 대기업을 인수하면 한국시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며 “외자기업이 한번 시장지배력을 구축하면 국내기업이 이를 극복하기가 대단히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한 종묘산업이 극명한 예.
다국적 기업이 국내 제조업체를 인수한 후 한국의 하청업체와 관계를 끊고 외국본사의 하청업체로부터 부품을 수입, 국내산업의 연결고리를 파괴하는 사례도 많다. 자동차업계가 30여개의 국내 유력 자동차부품업체가 외국에 넘어간 것을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또 다국적기업은 수익성이 떨어지면 과감하게 사업을 철수하거나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다. 이때 지역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거나 사회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부문에서 외자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외자기업의 금융지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병기·구자룡·박중현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