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천주교회사 연구의 대가 최석우신부

  • 입력 2001년 2월 4일 17시 40분


"천주교회는 더이상 외화내빈의 행사에 만족하지 말라"

한국천주교회사 연구의 대가인 최석우(79)신부. 그가 내년 2월4일까지 장장 1년동안 펼쳐질 '신유박해 200주년 기념행사'에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신유박해의 성격에 비추어볼때 겉만 화려한 신앙대회 같은 것은 피했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

신유박해는 천주교가 전래되던 초기, 조선 정부의 박해로 약 3백여명의 순교자를 낳은 사건. 당시 선포된 '토사교문(討邪敎文·사악한 세력을 토벌하라는 임금의 명령)'은 이후 1백년간 계속된 박해의 법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 형제와 백서(帛書)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 '천진암 사건' 의 중심인물인 권철신 등 당대의 유명학자들이 대거 연루돼 유배되거나 처형당한 것도 바로 신유박해다.

문제는 증거자료의 부족으로 이들 초기 순교자들이 시성시복(諡聖諡福)에서 제외되어 있는 점. 지난 1984년 성인으로 추대된 103인의 순교자는 모두 신유박해 이후 순교한 경우다.

최신부는 "신유박해 기념행사의 기본정신은 무명의 순교자에게까지 관심을 돌려 이들의 행적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 순교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겉만 화려한 행사에 치중하지 말고 오늘날 되살려야 할 정신적 실체에 접근하라.'

내년이면 팔순을 맞는 노신부의 이 말은, 기념행사라 하면 규모와 형식을 우선 따지고 드는 우리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