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나키즘-국가권력을 넘어서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44분


◇아나키즘―국가권력을 넘어서/로버트 폴 볼프 지음/임홍순 옮김/183쪽, 8000원/책세상

◇동아시아 아나키즘, 그 반역의 역사/조세현 지음/175쪽, 4900원/책세상

반(反)국가 반(反)권력 반(反)권위를 핵심으로 하는 아나키즘. 아나키즘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동안 무정부주의 테러리즘으로 잘못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아나키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연구 분위기가 일고 있다.

환경친화적 생태주의, 상호부조와 자유에 기초한 공동체주의 등 아나키즘의 이념을 편견없이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다. 아나키즘을 사회운동(생태환경운동 공동체운동 신사회운동)의 배경 이론으로 응용하는 연구자들도 적지 않다.

이 두 권의 책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아나키즘―국가 권력을 넘어서’는 아나키즘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 책. 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철학)로, 원저는 1970년 발간됐다.

저자는 우선 권위(국가)에 맞서 자율(개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나키즘이라고 본다. 그리고 지금의 다수결 민주주의가 과연 완벽한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아나키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만장일치제가 아닌 이상 국가의 정책이나 권위는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러나 만장일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귀결되는 것은 아나키즘일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동아시아의 아나키즘, 그 반역의 역사’는 20세기초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아나키즘과 아나키스트들을 조명했다. 저자는 우선 3국 아나키즘의 특성을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의 아나키즘은 천황제와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노동운동의 일환이었고, 중국의 아나키즘은 군주제와 군벌정부에 대한 저항 혹은 신문화운동의 하나였다. 한국에선 민족해방 운동의 일환으로 아나키즘이 등장했다.

저자는 일본의 고토쿠 슈스이, 오스기 사카에, 중국의 스푸, 류스페이, 한국의 신채호 박열 등 3국의 대표적 아나키스트들도 소개한다. 고토쿠 슈스이는 군국주의와 애국주의를 동전의 양면으로 보고 모두 부정했다.

국가를 부정하고 세계주의에 기초해 민족 국가를 초월하는 보편적 인류애를 주장했던 인물. 신채호에 대해선 조선적 아나키즘을 통해 민족 주체성을 강조했던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 아나키스트의 삶과 사상을 조명해봄으로써 동아시아의 아나키즘이 결코 시대의 이단이 아니라 필연적인 역사의 산물이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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