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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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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전 경기 광명시 철산동 주공아파트 13단지. 평소 같으면 한산했을 단지 안이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북적였다. 주민들 손에는 삽에서부터 곡괭이, 호미, 망치, 드라이버 등 갖가지 ‘제설 장비’가 들려 있었다.
그동안 경비 아저씨에게만 맡겨놓고 나 몰라라 했던 얼음을 깨기 위해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한 주민은 자비 30만원을 들여 굴착기를 불러오기도 했다.
주민 김홍례씨(42·여)도 남편 이용표씨(46), 초등학생인 두 딸과 곡괭이 호미 꽃삽 등을 들고 이른 아침부터 얼음 깨기에 나섰다.
김씨는 “며칠 전 알림장이 붙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주민이 참여할 줄은 몰랐다”며 “같은 동에 살면서도 못보던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관리소장이 직인을 찍어 방학 중 봉사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바람에 더욱 신바람이 난 모습이다.
오후 4시까지 계속된 이날 얼음 깨기는 ‘주민들간에 높게 쌓여 있는 벽 깨기’나 다름없었다.
<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