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호성 "멀지만 相生의 길 가겠다"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4분


‘상생(相生).’

1일 기자와 만난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이호성 신임회장(34·해태·사진)은 요즘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이 표현을 썼다. 단지 ‘온건파’라는 이유로 일부로부터 ‘어용’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이호성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어용이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KBO나 구단과 친하다고 해서 어용이 될 순 없다. 나는 항상 선수들의 이익을 위해 구단과 싸워왔다. 20년 동안 없었던 에어컨을 광주구장 라커룸에 들여놓은 사람도 나다. 프로야구 전 선수가 전임 선수협 집행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 목표는 같지만 방법이 틀릴 뿐이다. 전임 선수협이 ‘고속도로’라면 우린 ‘국도’다.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안전한 길을 택하겠다.”

―회장으로서 가장 큰 부담은….

“언론이다. 이젠 말 한마디에도 무척 신경이 쓰인다. 내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잘못 보도됐을 경우에 나만 ‘죽일 놈’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어용’이니 뭐니 하는 판에 기존 집행부와 다른 일을 추진했을 때 ‘그것 봐라’ 하는 반응이 나올 게 뻔하다. 그에 대한 부담이 내 발목을 잡고 있다.”

―회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 집에서 반응은….

“난리가 났었다. 아내는 ‘그렇게 당하고도 무슨 미련이 남아 있느냐. 앞으로 야구 몇 년이나 더 한다고 회장을 맡았느냐’며 한숨을 쉬더라.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간신히 설득했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단번에 세상이 바뀔 순 없다. 프로야구 사장단도 더 위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이다. 사장단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서로 좋은 길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 현재 선수단의 고참급은 이상적인 선수협이 만들어질 수 있는 초석을 만드는 데 그쳐야 한다. 후배들이 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선수협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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