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찬종/나라의 미래와 경제를 토론하자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미국 MIT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99년 12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2000년 말부터 2001년 사이에 미국 주가의 거품이 빠지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제2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한국은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1월25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이 순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제로(0)에 가까이 있다”고 증언했다.

모두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4대 부문 구조개혁은 생각보다 많이 한 것 같지만 해야 할 만큼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평가다.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외환위기라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수출경쟁력 저하, 금융시스템의 비효율성,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인한 구조적 제도적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제2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확대, 유지하기 위한 산업구조 재편과 과학기술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60년대 개발전략인 조립형 공업화정책은 80년대 말 수정됐어야 했다. 하지만 비싼 부품을 수입해 값싼 노동력과 낮은 수준의 기술로 조립하는 방식은 계속됐다. 게다가 관치금융 체제에서 대기업들은 과잉 중복투자를 계속하고 기술향상을 등한시해 경쟁력을 잃었다. 시장 자율에 의해서 경제의 틀을 바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과학기술의 발전과 축적이 필요하다.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99년 기준으로 전세계 28위에 불과하다. 한일 무역역조가 시정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은 이대로 가면 2005년 이전에 범용품(汎用品) 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해 수출할수록 적자만 늘어나게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는 투자 성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정책은 교육과 경제 분야까지 아울러야 실효가 있는 만큼 과학기술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켜야 한다.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육성도 시급하다. 대기업 부실화로 12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 중소기업 지원에 이렇게 인색해서야 되겠는가. 구조조정도 제대로 해야 한다. 부실기업 퇴출은 은행 자율에 의한 상시 퇴출시스템의 확립으로 이뤄져야 한다. 부실기업 관리도 주거래 은행이 맡는 대신 기업갱생공사(가칭)를 설립해 채권회수 등을 맡겨야 한다.

일본의 30, 40대 전문가 집단들은 2025년의 세계를 △중국이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루고 △중국 미국 유럽연합(EU)이 국제정치의 3대 파워가 되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2위에서 3∼5위로 전락하고 △달러화와 유로화의 양극 통화체제가 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도 나라의 미래와 경제를 두고 활발히 토론해야 한다. 그래야만 길이 열리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박찬종(일본 게이오대 객원연구원·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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