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신년맞이 동해일출&한겨울 탄산온천 탐험

  • 입력 2001년 1월 31일 15시 41분


한겨울이면 생각나는 것? 뭐니뭐니 해도 나로선 눈꽃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오래전에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한겨울 깊은 산속에서 죽을 고생하며 바라보던 눈꽃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10여년 전인가? 친구와 함께 겁없이 겨울 산행을 나선 적이 있었다. 오대산에 여자 둘이 배낭 하나씩 달랑 메고 들어갔는데… 처음엔 ‘역시 우린 못말리는 여자들’임을 은근히 자부하며 웃으며 산길을 접어들었다.

산행길 초반에 간간이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쳐다보던 눈길도 기억난다.

그러나 우리는 뭔가에 도전한다는 생각에 마냥 뿌듯하기만 했다.

산중턱에 오를 즈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보다 더 운치있는 여행이 어디 있으랴’ 하며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이미 쌓여있던 눈에 보송보송한 새내기 눈발이 겹치면서 오대산은 온통 눈밭으로 절경을 이루었다.

겨울여행의 극치를 이루는 데 하늘도 도와주는구나 싶어 황송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뿔싸! 그건 완전한 우리의 무지의 소치였다.

올라갈수록 사람의 발길은 뜸해지고 눈속으로 빠지는 발의 깊이도 만만찮게 깊어지고 있었다.

그즈음에 돌아서 내려왔어야 했다.

그러나 흔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우리는 멋모르고 앞만 보고 ‘전진 또 전진!’이었다.

그러나 점점 올라갈수록 눈에 덮인 등산로의 방향이 아리송해지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감지했을 때는 이미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돌아가든 앞으로 가든 상황은 마찬가지.

어쩌랴! 그래도 기왕이면 앞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했건만 우리는 길도 아닌 곳을 덥석덥석 밟다가 엎어지고 넘어지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상황에서 그때부터는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또 다시 미끄러지면서 본의아니게 눈밭에서 구르다 누웠는데….

뿌연 하늘 아래 사방에 펼쳐져 있는 눈꽃이 한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 와중에도 ‘보는 눈’은 있어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감탄사를 읊조리며 감상했던 그때.

물론 죽기살기로 내려온 겨울산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지만 그때 보았던 눈꽃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저 아름답다는 표현으론 부족하고 신비롭다고 할까? 그 이후에도 겨울이면 가끔 산에 올라 눈꽃을 보곤 한다.

올겨울에도 눈꽃의 유혹은 어김없이 시작됐다.

물론 닥쳐봐야 알겠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에 발맞춰 강원도 태백산에서는 눈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1월13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지는 ‘태백산 눈꽃축제’로 떠나보면 어떨까? 겨울꽃이 만발한 환상적인 능선을 누비며 펼쳐지는 눈꽃 트레킹,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스릴, 기이한 모양의 눈사람도 구경하고 자신이 직접 눈조각을 만들 수도 있는 행사로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닌,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한 번쯤 권하고 싶다.

눈꽃의 장관을 말하자면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한계령도 만만치 않다.

겨울철에 눈발이 흩뿌리면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 등장하는 게 강원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통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시령, 대관령은 못 넘어도 한계령은 대부분 뚫려 있다.

다른 곳보다 고도가 낮은 데다 굴곡이 완만한 탓이다.

그래서 눈이 오면 눈꽃을 보러 일부러 한계령을 찾아오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겨울의 묘미를 따지자면 온천도 빼놓을 수가 없다.

매서운 추위에 떨다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갔을 때의 ‘시원함’이란….

한계령 고갯길을 내려오다보면 오른편 산자락에 포근히 감싸인채 웅장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보인다.

바로 탄산온천으로 유명한 오색그린야드호텔이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의 천연 온천수와 냉천수의 절묘한 묘미◇

이곳은 국내 3대 약수로 꼽히는 오색 약수와 더불어 국가로부터 ‘천연 온천지구’로 인정받은 곳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알칼리 온천수가 펑펑 쏟아지는 곳으로 이 일대의 숙박업소 어느 곳에서든지 천연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이중 오색그린야드호텔이 최근 들어 온천의 명소로 심심찮게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는 탄산천 때문이다.

94년 자체적으로 지하수를 개발하다 발견한 탄산가스가 분출되는 거무튀튀한 물은 곧 이곳의 ‘노다지’ 그 자체다.

알칼리 온천이 40℃의 뜨끈함을 자랑한다면 탄산천은 25℃ 정도로 차갑다.

엄밀히 따지자면 온천이 아닌 ‘냉천’인 셈이다.

때문에 뜨거움과 차가움을 넘나드는 ‘천연사우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탄산천은 몸을 담갔을 때 피부가 따끔따끔해지면서 몸에 수포가 생긴다.

그래서 ‘포의 탕’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수포가 사이다처럼 톡톡 쏘며 피부를 자극하여 보드랍게 해준다고 해서 여성들에게는 ‘미인의 탕’으로 통하기도.

더구나 온천지구 어느 곳에서든지 한두가지씩 효능을 자랑하듯 관절염이나 피부질환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오색그린야드호텔 온천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

기자 역시 여자인지라 다른 건 몰라도 피부미용에 좋다는데 귀가 번쩍 뜨여 온천탕 체험을 시도했다.

사우나시설 안에 들어서니 온천탕 특유의 후끈한 바람이 밀려왔다.

우와! 생각보다 넓었다. 알고보니 한꺼번에 1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란다.

평일인지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대형 온천탕을 중심으로 탄산온천탕, 쑥탕, 한방탕, 해송탕, 습식사우나, 맥반석 건식사우나, 폭포탕 등이 구석구석 짜임새 있게 꾸며져 있다.

게다가 한쪽에 두줄의 자갈밭이 길게 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발목까지 찰랑거리는 ‘자갈탕’을 몇번 왕복하다보니 발바닥 지압이 확실하게 되는 것 같았다.

사우나 안에는 보다 효과적으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말 잘 듣는 어린이처럼 그대로 따라하고 나오니 역시 개운한 맛이 든다.

굽이굽이 산길을 운전하고 오는데서 밀려오는 피로감이 말끔히 가시는 듯했다.

사우나뿐만 아니라 100% 천연온천수로 채워진 수영장도 오색그린야드호텔만의 자랑거리다.

특히 돔 형식의 천장이 개폐형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

눈 오는 날 천장을 개방하면 따뜻한 온천수에서 눈을 맞으며 이색적인 수영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온천욕을 마치고 호텔 뒤편에 있는 오색약수터로 산책을 나가는 것도 좋을 듯.

특히 주전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은 호텔 관계자들이 적극 추천할 만큼 환상적인 산책로를 자랑한다.

올라가다 시원하고 짜릿한 약수를 들이마시면 가슴까지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어라? 약수터에 있어야 할 바가지가 없다. 그대신 입구에 늘어선 상가에서 약수를 떠먹는 바가지를 1천원에 팔고 있다. 그야말로 ‘바가지 요금’을 물어야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게 흠이라면 흠. 객실도 콘도식으로 되어 있어 가족여행으로는 그만인 곳이 바로 오색그린야드호텔이다.

객실 이용료는 성수기 기준으로 콘도식은 평형별로 9만~21만원, 원룸식은 크기에 따라 5만5천~11만원.

비수기에는 최고 50%까지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아울러 겨울방학을 맞아 패키지 상품도 내놓았다.

2박을 할 경우 2인 식사 1회권과 수영장 4회 이용권, 30평형의 콘도를 제공한다.

가격은 15만원 정도.

그러나 두 가족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절친한 사람들끼리 맞춰 오면 그야말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알뜰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또 고성에 있는 알프스리조트 스키장까지 40분 거리에 있어 스키를 즐기러 가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덤으로 리프트 이용권과 장비대여료 할인권도 준다.

호텔측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년 초에 해돋이를 보러 오는 손님을 위해 꼭두새벽(오전 4시~4시30분)부터 낙산사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

이곳에서 낙산사까지는 넉넉잡고 30분이면 충분하다.

겨울철 동해안의 해돋이는 대략 오전 5시를 전후해 볼 수 있다.

◇동해안 일출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낙산사 의상대◇

사실 근래들어 신년에 해돋이 구경을 간다 하면 너도나도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을 떠올린다.

그러나 연초의 정동진은 한꺼번에 몰려든 인파로 인해 해돋이의 장관보다는 사람에 치여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더 많다.

더구나 바닷가 옆에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정동진역 특유의 고즈넉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새 휘황찬란한 카페와 음식점, 기념품 판매점 등이 엉성하게 뒤범벅되어 있어 갈 때마다 왠지 씁쓸함이 느껴지곤 한다.

동해안에는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가 많다. 이중 <모래시계>로 인해 갑자기 ‘떠버린’ 정동진의 해돋이가 인기이긴 하지만 원래 동해안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뭐니뭐니해도 낙산사를 꼽는다.

낙산사는 해안절벽 위에 있어 주변의 소나무와 기암절벽, 망망대해가 함께 어우러져 최고의 일출풍경을 자아낸다.

낙산사의 일출을 관동팔경의 제 1경이라 칭하는 데 두말할 이유가 없다.

낙산사에서도 의상대와 홍련암이 일출을 보기엔 최적의 장소다.

아울러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낙산사 경내의 오솔길을 걷는 맛도 일품이다.

낙산사에서 내려오면서 의상대 밑 바닷가로 나가는 샛길도 있다.

그 길을 다라가면 전진항이 나오는데 여기서 해안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와 함께 겨울바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은 낙산사 입구의 주차장이 좁다는 것.

매년 새해 첫날 해맞이 축제를 열고 있는 이곳도 신년초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차를 아예 낙산해수욕장 부근에 세워두고 운동삼아 걸어올라가는 것이 좋다.

<사진·최미선 기자, 오색그린야드 호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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