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맛있는 수다]달콤한 '고구마맛탕'

  • 입력 2001년 1월 29일 16시 21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란 영화가 있죠? 재밌다던데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결혼을 안한 남자들은 종종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모양이죠? 혹시 "재떨이! 리모콘! 물!" 해대며 아내를 하녀 부리듯 하고 싶어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근데 저두 가끔은 "나에겐 남편이 아니라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집안 어른들 문안 챙길 때,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에 지칠 때, 드라마냐, 뉴스냐 TV 한 대 가지고 남편이랑 싸울 때. 아, 그리구 오늘처럼 입이 심심할 때... 상냥하고 솜씨좋은 아내가 저를 위해서 맛있는 간식이라도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떡볶이, 오징어튀김, 쫄면, 고구마마탕 이런 것들을 후딱 만들어서 예쁜 쟁반에 내오는 아내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만사 귀찮고 간식생각이 간절한 날이면 이런 부질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물론 아파트 상가 분식집에서 이런 간식꺼리를 만들어서 배달까지 해주지만 집에서 직접 만든 맛이 나야 말이죠. 양념맛도 강하고 왠지 카메라출동 같은데 나왔던 더러운 기름도 생각나고... 특히 저는 고구마맛탕을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가게에서 파는 마탕은 시럽이 거의 끈끈이 수준이라 입맛이 뚝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결혼한 후론 맛탕을 거의 못 먹고 살아왔답니다. "그걸 내 손으로 만들어 먹느니 차라리 참자..."이런 정신력으로 버텨왔죠.

하지만 한번 먹고 싶은 게 생각나면 그걸 먹을 때까지 생각이 떨어지질 않는 성격이라 오늘은 맛탕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만드는 법은 간단하거든요. 고구마를 바삭바삭하게 튀겨서 시럽에 살짝 굴려주면 되는 거죠. 시럽의 농도를 맞추기가 좀 어렵지만 저는 물엿에다 물을 좀 넣고 끓여 묽게 만들었습니다. 시럽이 너무 끈적끈적한 것보다는 약간 흐르는 듯한 게 더 맛있는 것 같아서요.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또 시럽에 옥수수 통조림을 좀 넣어도 맛있어요. 옥수수 알갱이를 넣으면 달콤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거든요. 다만 시럽과 함께 태우면 처치곤란이지만요. 또 맨 나중에 통깨를 솔솔 뿌려줘도 고소하구요.

저는 원체 고구마를 좋아해서 그냥 찐고구마를 반 갈라서 버터를 발라먹기도 하고, 고구마를 쿠킹호일에 싸서 가스렌지 그릴에 넣고 군고구마를 만들어먹기도 하고, 밥할 때 몇조각 잘라넣어 고구마밥을 만들기도 하고, 간장에 조려서 반찬으로 먹기도 하는데, 우리 신랑은 고구마 같은 건 입에도 안댄답니다. "쌀 놔두고 왜 고구마를 먹냐?"는 거예요. "맛있잖아!" 그럼 뭐, 고구마, 감자는 원래 가축들 사료로 쓰는 식품이라는 거예요. 믿거나 말거나...

그렇게 고상한 입맛을 가진 사람이 고구마맛탕을 만들어 놓으면 홀랑 집어먹는 이유는 뭔지 참... 오늘도 "고구마를 무슨 맛으로 먹냐?"며 맛탕을 냠냠 먹는 남편을 보며 "아, 정말 가끔은 얄미운 남편 말구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바삭하고 달콤한 고구마맛탕 만드는 법***

재 료 : 고구마 200g, 설탕 5큰술(또는 물엿, 요리엿), 식용유 1작은술, 튀김기름 적당량, 깨 조금

만들기 : 1. 고구마는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벗긴다

2. 껍질 벗긴 고구마는 4cm 삼각형으로 썰어서 160°C 정도의 튀김기름에 나무젓가락으로 저어가며 노릇하게 두번 바삭 튀긴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설탕을 넣어 얇게 펴서 약한 불에서 서서히 끓여 시럽을 만든다 (연한 갈색이 나고 실같은 게 생기면 다 된 것!)

4. 튀긴 고구마를 갈색시럽에 넣어 재빨리 섞으면서 물을 약간 끼얹는다(고구마나 시럽이 식으면 절대 섞이질 않는답니다)

5. 접시바닥에 물을 약간 묻히고 고구마마탕을 펴서 식힌다

6. 고소한 깨를 솔솔 뿌려준다

ps. 제가 "남편말구 아내" 타령을 했더니 남편은 "왜? 밥 시키고 청소시켜 먹을라구?"합니다. 세상에! 아내의 존재이유가 밥과 청소란 말입니까? "아니∼이쁜 옷두 사 입히고 용돈도 팍팍 주고 평생 사랑해줄려구! 인간아!" 라고 대답했습니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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