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OUT]설날 스타들의 '원맨쇼'

  • 입력 2001년 1월 26일 19시 10분


이번 설 연휴, 방송가 히트 아이템은 톱스타들의 '원맨쇼'였다. KBS의 'god쇼', SBS의 '김희선의 아주 특별한 선물', MBC의 '조성모 스페셜', 그리고 성격은 다르지만 '김태연의 can do' 등등….

이 사람 저 사람 여럿 불러 모아다가 '버라이어티'하게 꾸미던 것이 종래 설날특집 프로그램의 특징이었다면 '될성 부른' 스타 하나만 불러 이것저것 시키는 게 최근 트렌드인 모양이다.

어쨌거나 원맨쇼의 포문을 연 <김희선의 아주 특별한 선물>은 한마디로 김희선 띄우기용 프로그램. 누드사진 건 때문에 방송을 접었던 김희선을 완전 천사로 포장해(먹히든 안 먹히든 일단 '쟨 천사!'라고 우기자는 심산인 듯)시청자를 황당하게 했다.

때가 때이니만큼 옷 팔아서 불우이웃 돕겠다는데 딴지걸지 않겠다. 하지만 가녀린 팔뚝의 김희선이 차력까지 선보이며 이끌어간 이 프로그램이 원하는 건 도대체 뭔가? 아마도 방송사에서 시청률 메이커 김희선에게 통째로 전파를 빌려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자는 건 아닐까? 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주 웃기는' 프로그램이었다.

다음날의 'god쇼'는 god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나열한, god를 위한, god에 의한, god의 프로그램이었다. 노래와 춤 뿐 아니라 개인기와 말솜씨에 각별한 재주가 있는 god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도록 가지가지 코너를 만들어 '이것이 가수왕의 쇼인가, 토크왕의 쇼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가수왕'의 쇼라면 일단 노래가 우선되야 할 것 같은데 노래보다 많은 이야기와 쉴 새없이 쏟아지는 웃음들. 그야말로 최근 오락 프로그램의 필요충분조건을 고스란히 충족시키는 시간이었다. 노래보다 재미로 승부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여 민망했지만 재미는 있었다. 어쨌거나 하늘색 풍선만 있었다면 "god! god!"를 외칠 뻔했으니까.

그 다음날의 '조성모 스페셜'은 단박에 지난 추석 '서태지 스페셜'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무대였다. "이봐, 조성모는 급이 다른 가수라구!"라고 말하는 듯 아낌없이 투자한 번쩍거리는 무대, 노래 하나는 원없이 해보도록 짜여진 구성, 손짓 하나에 꺅 넘어가는 팬들.

가수라면 누구나 "아, 나도 설에 저런 무대 한번 가져봤으면…"하고 꿈꿀 것 같은 콘서트였다. 하지만 조성모의 가창력을 만천하에 알리고자 하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중반이 지나가며 힘이 딸리는 기색이 역력한 조성모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아슬아슬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몇 곡 지나가니 재미도 없어졌다.

원맨쇼라는 게 언제부턴지 '분위기 파악 못하고 혼자 나선다'라는 의미로 이상하게 해석되고 있지만 사실 '원맨쇼'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그 옛날 '…쇼'나 '…스페셜'의 주인공들은 나름대로 한시간 정도는 너끈히 이끌고 나갈 다양한 레파토리와 카리스마는 갖추고 있었다.

남보원 아저씨의 원맨쇼나 조용필쇼, 나훈아쇼, 이미자쇼 등이 대표적인 무대이다. 지금 보면 조금 썰렁할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내공이 쌓인 가수, 코미디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드는 무대였다.

그런데 이번 설의 원맨쇼는 포장만 화려한 선물 세트같다. 스타가 힘들까봐 방송사에서 미리 재미있는 코너도 만들어주고 감동적인 코너도 만들어주고, 스타는 그냥 노래하고 얘기하고….

이 프로그램들을 보고 이 시대 최고 스타답게 무르익은 연기와 열창의 무대였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아무튼 민족 최대의 명절에 우리 가족은 김희선, GOD, 조성모라는 스타를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가수엔 관심도 없는 우리 엄마도 GOD 손호영이 귀엽다고 하실 정도였으니까. 이래서 스타도 방송사도 원맨쇼를 좋아하나보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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