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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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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은 1990년 4월 양츠강이 끝나는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상하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황푸강 동쪽의 신흥 개발지 푸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의주(푸둥)가 빛을 발하고 용이 고개를 들면 전 중국이 움직인다.”
당시 서방언론은 이를 보고 “덩샤오핑이 꿈을 꾸고 있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이 꿈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는 푸둥의 88층짜리 진마오 빌딩에 오르면 발 아래 보이는 상하이 시내에 뉴욕 맨해튼을 방불케 하는 마천루들이 가득 펼쳐지고, 도시에는 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다. 항구도시로서의 물동량 또한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린다. 상하이 시내를 관통하는 고가도로, 상하이와 푸둥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은 고질적 교통체증을 단숨에 해결해 버렸다.
이 도로는 또한 상하이의 여섯 개 첨단 과학기술단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도로망과 연결된다. 컨텐츠만 좋으면 국가와 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벤처창업을 지원하고 있어 창의력을 가진 젊은이들도 몰려 들고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라는 생각, 임금이 싸고 이용할 만한 조선족이 많다는 안일한 태도, 부패한 관리만 매수하면 된다는 낡은 사고방식, 일본에서 적자 낸 것을 중국에서 되찾겠다는 망상, 우리의 기술을 중국인에게 가르쳐 주지 않고 장사를 하겠다는 무모한 욕심 등은 더 이상 상하이에서 통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 중 코카콜라, 필립스, GM, 시티뱅크 등 82개 기업이 상하이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상하이는 이미 경제 정치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중국의 개혁개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이미 확정된 중국은 거대한 대륙을 열며 자신감에 차 있다. 주룽지 총리는 1999년 미국 기업에 근무하는 중국계 반도체 컴퓨터 전문가 2만 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중국은 그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조국의 발전을 위해 중국 정부는 최선의 대우를 해 주겠습니다. 돌아와서 조국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합시다.”
전세계의 중국 인재들이 세계인과 겨루기 위해 조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후진국에서의 편법으로는 이미 상하이에서 성공을 기대하지 못한다. ‘농심’은 우리의 매운맛을 통한 정면 승부로, ‘포항제철’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모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현지인들을 디자이너로 활용해 공격적 상품전략을 폈고, ‘이마트’는 우리나라에서 했듯이 상하이 주부들을 사로잡았다. 아무것도 정형화된 것이 없다는 중국, 그 중에서도 상하이를 그린 이 책은 ‘상하이에서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을 전달한다. 중국에서도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하이에서의 성공은 실천하는 자의 몫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