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A&D열풍…개미들 '주의보'

  • 입력 2001년 1월 20일 16시 43분


보유현금이 100억원 가량 있는 I창투사 윤모 팀장도 작년말부터 이런 제안을 10여 차례 이상 받았다. 윤팀장은 “자금여력이 있는 몇몇 창투사가 컨소시엄 형식으로 돈을 모아 A&D에 참여하자는 것이 대부분인데 M&A부티크를 신뢰할 수 없어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A&D 열풍 다시 분다〓진정한 의미의 A&D는 사업에 한계를 느낀 벤처기업 대주주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같은 업종의 선도기업에 기술력과 주식을 모두 넘기고 사업부서 형식으로 편입하는 것.

그러나 자력으로 까다로운 코스닥 등록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껍데기만 남은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해 시장에 등록하는 ‘뒷문등록’(백도어 리스팅·Back Door Listing)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기업간 주식의 직접 맞교환은 현행 상법상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현금이 필요하다.

이러한 A&D의 원조는 리타워텍. 리타워텍은 작년에 외국 금융기관인 리만브러더스에서 13억달러를 빌려 아시아넷 구주를 사고 아시아넷 주주는 주식매각대금으로 다시 리타워텍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후 M&A부티크들은 리타워텍을 교본으로 삼고 자금력 있는 창투사나 전주를 끌어들여 등록기업을 인수해 A&D주로 띄우고 시세차익을 얻는 머니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와이앤케이와 케이알이 등록기업과 합병하거나 인수해 등록기업 주가가 폭등했다.

이렇게 뒷문등록 열풍이 불자 어렵게 심사를 통과한 정문등록 업체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올해 코스닥에 신규등록한 모 기업 대표는 “분명한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공모가 산정시 미래수익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아 등록의 실익이 없었는데 머니게임 한판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피해 우려〓등록기업 인수나 합병 때 핵심은 장외기업의 가치평가. 등록기업은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장외기업은 명확한 평가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을 기준으로 하면 장외기업의 주당가치는 액면가(5000원)의 2∼3배에 불과하지만 성장성 기준으로는 10배, 20배도 나오기 때문이다.

가치평가를 높게 하면 합병비율이 장외기업에 유리하게 결정돼 코스닥등록기업의 주주는 피해를 보게 된다.

증권전문가들은 “A&D를 표방한 기업이 앞으로 신규사업을 하겠다는 발표만 있지 구체적인 수익성과 성장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개인들이 재료만 믿고 섣불리 추격매수했다가는 작년처럼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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