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아파트 보일러-계량기 동파 혹한피해 속출

입력 2001-01-17 18:51수정 2009-09-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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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이상 계속된 강추위로 수도관과 보일러가 얼어터지고 배수관이 막혀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은 지 십수년이 지난 아파트가 멀쩡한데도 건설 ‘명문’사가 지은 새 아파트는 맥없이 추위에 무릎을 꿇은 사례도 속출했다. 이 때문에 아파트주민들은 “이번 혹한을 계기로 헛된 이름이 사라지고 ‘아파트 브랜드의 서열’이 바뀔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수도계량기 동파사고는 층별 통로를 따라 각 가구가 일렬로 배치된 복도식 아파트에 집중됐다. 서울 북부수도사업소 관할 노원 도봉 강북구에서는 지난해의 4배 이상인 6100건의 계량기 동파사고가 일어났다. 이 중 99%는 복도식. 집집마다 수도계량기가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임충남 서울 강동수도사업소장은 “특히 거센 한강바람에 노출된 북향 복도식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1층을 비워 주차장이나 공동정원 등으로 꾸민 ‘필로티’ 구조 아파트도 피해가 컸다. 아파트 베란다 빗물배출관 1층 부분이 그대로 얼어붙어 위층에서 물을 흘려보내면 저층 베란다에선 하수구를 통해 물이 역류하기 때문.

필로티 구조인 서울 노원구 T아파트에서는 14일 주민들간에 큰 싸움이 났다. 빗물배출관이 얼어 베란다가 물바다가 된 저층 주민들이 ‘범인’을 색출하려다 “사생활 침해”라며 버틴 위층 입주자들과 마찰을 빚은 것.

보일러가 얼어터져 친척집에 긴급 피난한 주민들도 많다. 서울 강동구 S아파트 김모씨(48)는 “수도계량기와 보일러가 모두 고장나 집안이 완전히 얼음창고가 됐다”며 불평을 터뜨렸다.

귀뚜라미보일러 정강식 홍보팀장은 “대부분 외부로 노출된 보일러 연결배관이 얼어 작동이 안되기 때문”이라며 “방밑을 통과하는 배관마저 얼 경우 방을 뜯어내는 ‘대공사’를 해야 하므로 항상 방에 이불을 깔아놓고 약하게 난방을 해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14일에는 서울에서만 1만건 이상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났지만 수리인력이 태부족, 소비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아예 전화 연결이 안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14’ 안내전화에는 수도와 보일러 피해 신고 접수처 및 수리센터 안내를 원하는 이들의 전화가 밤늦도록 쇄도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건축과정에서 최소한의 내한(耐寒)장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인재(人災)”라는 주장.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벽 안쪽으로 각종 배관공사를 하거나 노출된 곳은 단열처리를 하면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지만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대충 마무리한 곳이 많아 피해규모가 컸다”고 말했다.

우림건설 노승기 전무는 “90년대 초반까지 건립된 아파트는 대부분이 수도계량기 등에 열선이 부착돼 있지 않아 동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관에 열선을 감는 곳이 많지만 이 역시 의무사항은 아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지만 관리소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기온이 영하 15도를 밑돌면 웬만한 내한시설도 견디기 힘들다”며 “아파트의 경우 IMF 이후 관리인력을 크게 줄여 피해가 더 커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이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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