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번째 사람인데….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부산외국어대 정용각(鄭用角)교수는 최근 이 회관에 갈 일이 있어 학교를 나섰다가 길을 몰라 헤맸다.
빙빙 돌다가 또 다른 행인이 보여 차를 세웠다. “실례합니다. 동래문화회관…” 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 사람은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냥 가려는 찰나, “아, 거기요. 요 앞에서 좌회전해 죽 가다가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한 뒤 좀 가다가 다시 우회전해 직진하면 팻말이 보일 겁니대이.”
시각장애인의 인도를 받은 그는 약속 시간에 맞춰 회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얘기를 들은 자영업자 박모씨(55)가 말했다. “뉴질랜드에 간 적이 있는데 일본인 관광객을 만났지. 근데 그 중 시각장애인이 몇 명 끼어 있는 거야. 온천욕도 즐기고 관광도 다니더라고.”
때마침 TV에서는 한 시각장애인이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해돋이의 장관을 온 몸으로 느끼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 정교수가 말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못 보는 게 아니야.”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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