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최경주, 투산오픈 5위…美 진출후 최고성적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51분


링 위의 복서는 대개 1라운드는 탐색전으로 때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힘겨운 한해를 보낸 ‘필드의 타이슨’ 최경주(31·슈페리어)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올 시즌 처음부터 뭔가 확실하게 보여줘야 했다.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에서 동계훈련을 한 최경주는 변변한 코치도 없이 외롭게 독학했다. 혼자 비디오를 보며 자기 스윙을 분석했고 퍼팅과 쇼트게임 보강에 온 힘을 쏟았다.

16일 끝난 미국 PGA투어 터치스톤 에너지 투산오픈은 올해 최경주가 처음 오른 무대로 한해를 내다볼 수 있는 시험대였다.

최경주는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로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 66타를 치며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특히 노 보기 플레이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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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의 두드러진 변화는 미국 그린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퍼팅이 나아졌고 아이언샷도 정교해진 것. 지난해 최경주는 홀당 평균 1.928개의 퍼팅을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704개로 낮췄다. 이런 퍼팅 감각으로 4라운드 4, 9, 14번홀에서 잇따라 5m 내외의 퍼팅을 버디로 연결했고 13번홀에서는 9m 내리막 버디 퍼팅을 홀컵에 떨어뜨렸다. 또 그린 적중률도 67.0%(73위)에서 75%로 뛰었고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83.3%로 높아졌을 정도로 아이언샷에 물이 올랐다. 한결 성숙해진 코스 공략도 돋보였다. 9번홀(파4)에서는 무리하게 드라이버를 빼지 않고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뒤 202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홀컵 6m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막판 몰아치기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공동 5위에 올라 미국 진출 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생애 두 번째 ‘톱10’ 진입. 게다가 지난해 미국 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 30만5745달러의 30%가 넘는 10만5375달러를 단번에 챙겼다.

최경주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체력관리를 잘해 몇 차례 톱10에 더 든 뒤 우승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신인 개럿 윌리스(미국)가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미국PGA투어에서 새내기가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한 것은 벤 크렌쇼(73년)와 로버트 고메스(90년)에 이어 사상 3번째.

대회가 끝난 뒤 최경주는 서둘러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초 대기선수 신분으로 19일 호놀룰루에서 개막되는 소니오픈 출전이 힘들었으나 이번에 ‘톱10’에 이름을 올리면서 출전 티켓을 따낸 것.

자신의 미국 데뷔무대였던 소니오픈을 다시 밟게 된 그는 타이거 우즈, 데이비드 듀발 등 강호들과 마음껏 실력을 겨뤄보겠다는 각오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최종순위

1.가렛 윌리스 -15 273타(71-69-64-69)

2.케빈 서덜랜드 -14 274타(67-72-67-68)

3.봅 트웨이 -13 275타(73-69-67-66)

지오프 오길비 275타(67-72-68-68)

5.최경주 -12 276타(70-70-70-66)

클리프 크레스기 276타(72-67-71-66)

그레그 크래프트 276타(74-65-69-68)

마크 위브 276타(69-67-66-74)

9.리치 빔 -11 277타(70-69-71-67)

제프 매거트 277타(70-68-70-69)

베른하르트 랑거 277타(68-69-70-70)

스티브 플레시 277타(72-69-66-70)

해리슨 프레이저 277타(68-73-66-70)

마크 핸스비 277타(69-68-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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