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버전2001]진대제 삼성전자사장 인터뷰

  • 입력 2001년 1월 14일 18시 38분


“디지털전자 시장의 양대 화두는 제품의 융복합화(컨버전스)와 홈 네트워크입니다.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해 다음엔 또 어떤 기발한 발상의 제품이 등장할지 최고경영자(CEO)들조차 자신있게 예견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은 국제 전자제품전시회(CES)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가지 기능에 충실한 전통적인 의미의 가전제품은 20세기를 끝으로 사라졌다”며 “한 물건 안에 여러 기능이 혼합된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 과연 이름을 어떻게 붙여야할지도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사장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간의 신제품 개발경쟁이 워낙 치열해 엔지니어 출신인 자신도 기술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튈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처럼 디지털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에 경쟁에서 뒤처지면 21세기 내내 후발주자의 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기술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라 순발력있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생소한데….

“이미 웬만한 사무실에서는 LAN(근거리통신망) 등을 통해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홈네트워크는 이런 연결망을 ‘가정으로(Into The Home)’ 끌어들인 개념이다. 사무실 기기는 어느 정도의 컴퓨터 지식을 갖고 있어야 쓸 수 있지만 가정의 사용자들은 주부 노인 아이처럼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다. 가정에서의 기기 조작은 ‘일’이 아니라 ‘생활’이라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결국 홈네트워크의 핵심은 쉽고 편하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한데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처음엔 홈네트워크가 디지털 TV를 매개로 짜여질 것으로 생각했다. TV는 집안 한복판인 거실에 있고 가족 구성원들에게 가장 친숙한 기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표준을 정하는 작업은 아무래도 이 분야의 데이터가 풍부하게 축적돼 있는 컴퓨터가 유리하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우리가 개발한 기술과 MS측의 장점을 결합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 가전제품의 융복합화는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까.

“TV와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를 결합한 제품이 나왔다고 하자. 과연 이 제품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TV? DVD? 아니면 TV―DVD? 이제 전자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소비자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원가부담이 늘어 상용화 초기에는 제품 값이 비싸질 것이다. 네트워크화에 지나치게 몰두해 기존 제품의 고유 기능을 소홀히 다뤄서도 안된다. 2, 3년간은 디지털과 아날로그형이 공존하면서 디지털 가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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