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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12일 0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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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수는 11일 미국의 과학권위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신이 설계한 ‘5―헬릭스’란 단백질 분자를 시험관에서 실험한 결과 에이즈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3년 전 에이즈 바이러스가 표면에 있는 용수철 모양의 작살을 발사해 인체의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융합함으로써 세포를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에 김교수는 이 작살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5―헬릭스’란 단백질 분자를 설계했다. 시험관 실험 결과 이 분자는 작살의 취약 부위에만 강하게 달라붙어 작살을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존의 에이즈 치료제가 세포에 침투한 에이즈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비해 이 단백질 분자는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게 다른 점이다. 따라서 이 분자가 의약품으로 개발되면 에이즈 환자라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확산되지 않게 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분자는 한 종류의 에이즈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여러 변종 바이러스에 모두 효과를 나타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제약회사들은 한가지 종류의 에이즈 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제 후보들은 개발했지만 에이즈 바이러스가 워낙 다양하고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모든 에이즈 바이러스에 적용되는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같은 일련의 연구결과와 관련해 김교수는 지난해 말 세계 굴지의 제약업체인 머크사의 부사장 겸 연구개발 총책임자로 임명됐다.
‘5―헬릭스’는 바이러스를 이루는 표면 단백질 구조를 컴퓨터 등으로 해석해 이론적으로 디자인한 최첨단 ‘분자 의약품’이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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