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인물]안정환, 伊서 진짜축구 공부 구슬땀

  • 입력 2001년 1월 2일 19시 06분


그에게서 ‘한국축구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에 진출한 안정환(24·페루자)은 5개월여만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빠른 몸놀림과 골결정력, 폭넓은 시야, 여유있는 플레이, 특히 싫어하던 몸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은 모습으로 지난해 12월20일 한일전을 수놓았다.

한국에서 ‘오빠부대의 우상’으로 군림했지만 이탈리아에선 스타들 틈바구니속에서 벤치를 주로 지키는 신세. 그러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탈리아에 적응하며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내가 이탈리아에 왔다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선진축구를 직접 접해보니 벽이 높았다. 정신없이 흐르는 경기 템포, 한 박자 빠른 패스, 혀를 내두를 만한 개인기, 90분 풀타임을 뛰고도 지치지 않는 체력.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바티스투타와 크레스포 등의 플레이에 주눅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나도 커지는 느낌을 받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는 ‘온실속의 화초’는 아니었다. 이역만리에서 24시간 축구만 생각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전략 전술은 물론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기록, 분석하며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내가 한층 성숙했다고 평가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제야 이탈리아 축구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1년 임대후 이적을 조건으로 건너간 안정환. ‘세리에A에 남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일단 경기에 뛰는 게 목표다. 몸으로 부딪쳐 하나씩 성취해 나가겠다”고 말하는 그의 독기품은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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