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러 국민 61% "옛소련 그립다"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37분


“아, 옛날이여.”

소련이 해체된 지 9년. 러시아인은 그 시절에 강한 향수(鄕愁)를 느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ROMIR가 2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1.1%가 “소련 시절이 그립다”고 답했다. 반면 “현재가 더 낫다”는 답은 27.7%에 지나지 않아 10년간의 시장개혁과 민주화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련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가 무너지면서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은 좋지만 그 뒤 초강대국 으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사회혼란과 생활수준이 낮아진 데 대한 불만이 과거에 대한 막연한 향수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응답자의 73.5%는 “소련 붕괴가 유감”이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소련붕괴가 필연적이었다”는 답은 25.3%, 90년 12월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소련을 해체하기로 한 결정이 정당했다고 한 사람은 9.5%에 지나지 않았다.

또 여론재단(FOM)이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는 ‘20세기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인물’로 소련의 초대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14%)과 그의 후계자인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9%)을 1, 2위로 꼽았다. 반면 개혁개방정책으로 소련해체를 앞당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5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업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6일 옛 소련 국가(國歌)를 부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옛 소련 국가는 푸틴 대통령이 5분간 신년사를 방송한 직후인 2001년 1월 1일 0시(모스크바 시간) TV방송을 통해 러시아에 다시 울려 퍼지게 됐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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