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자존심이 세네 어쩌네 하며 톡톡 쏘기를 좋아하는 여직원들이 있는데 여자가 똑똑하면 피곤합니다. 여자는 좀 얼빵한 그런 맛이 있어야 돼.…….”
이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나왔다.
본보 20일자에 그의 여성비하 발언 기사가 처음 보도되고 여성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자 그는 기자실을 찾아와 해명했다. “실수였다. 모든 것이 본인의 잘못이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여성 경찰관들이 전반적으로 남자 경찰관들보다 학력수준이 높아 자존심을 세우며 불협화음을 빚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래 언론이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않고 문제된 부분만을 꼬집어 사실을 왜곡하는 속성이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사과’가 아니라 재수가 없어 걸려들었다는 뉘앙스였다. 자신의 여성관 자체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그의 여성비하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남성중심 집단인 군(軍) 장교 출신인 데다 주로 유교의 전통 속에서 살아온 50대 후반이기 때문에 오늘날 사회에 걸맞은 여성관을 가질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대도시의 치안을 책임지고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을 보호해야 할 경찰 고위간부라면 시대에 맞지 않는 가치관을 스스로 바꿔 나가야 한다. 지역 경찰책임자에게 그 정도의 자질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무리일까.
석동빈<지방취재팀> mobidi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