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눈물로 밝힌 심정수의 심경…선수협 회견 표정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6시 47분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심정수는 담담했다.

KBO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퇴출된 6명의 선수협 소속 선수들이 21일 경실련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심정수는 선수협 대표 송진우와 함께 차분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심정수는 "동료 선수들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의 힘이 없이는 이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다"며 간절하게 도움을 청했다.

"이 길이 올바른 길이기 때문에 선택했습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이제 야구를 시작하는 후배들의 본보기가 돼야 할 선배로서 떳떳하고 싶었습니다"

차분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히던 심정수의 눈가가 점점 붉어지기 시작한 것은 마음에 품었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였다.

"아버님의 만류도 뿌리쳤습니다…"

심정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동안 카메라를 피해 고개를 떨군 심정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주변을 둘러싼 기자들까지도 숙연해지는 듯했다.

그 큰 덩치의 '헤라클레스' 심정수가 눈물을 흘리게 되기까지엔 사연이 많았다. 지난 해 제1기 선수협 출범 당시 심정수는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심정수의 아버지는 아들 종원이를 고아원에 보내겠다며 소매를 붙잡았던 것. 그때는 부정(父情) 때문에 포기했지만 이번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구단의 압력도 마음을 괴롭혔다. 이날 심정수는 "구단 면접 때 선수가 선수된 도리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선수협에 참여하면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심정수는 목이 탔던지 생수 한 잔을 마시고 자리를 떠났다. 눈가에 붉은 기운을 남긴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난 심정수.

팬들은 그가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안병률/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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