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서실장 출신' 당대표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9시 05분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을 당대표로 지명한 것은 현집권측의 ‘좁은 인재 풀’과 주로 잘 아는 인물을 중용하는 ‘DJ 인사 패턴’에 비춰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남출신 인사를 당대표에 앉힘으로써 지역편중인사의 부담을 덜고, 지역화합 이미지를 강조하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개혁이 ‘국민적 열망’의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집권여당 쇄신이 당면과제인 현시점에서 김최고위원의 당대표 지명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첫째, 개혁을 표방하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김최고위원이 적합한 인물인가라는 의문이다. 그는 민정당 출신 구(舊)정치인으로 개혁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민주당내 개혁성향 의원들 상당수가 당의 정체성 혼란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둘째, 김최고위원의 시국인식이다. 그는 최근 한 방송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시국과 관련, “현국면을 위기라고 할 수 없다” “대통령이 민심을 다 알고 있다”는 등 시종 김대통령을 옹호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그는 현정권의 초기 위기였던 ‘옷로비 의혹’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민심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대통령의 판단을 그르쳤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과거의 예와 현재의 시국인식에 비추어 그가 대통령에게 ‘바른 말과 쓴 소리’로 민의를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 벌써부터 대통령 ‘직할체제’니, ‘측근체제’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 쇄신의 근본은 당이 청와대로부터 독립해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과거 대행체제 때나 요즘 대표체제 때나 새 인물이 들어서면 항상 당대표의 권한을 강화하고 당을 시스템으로 움직이겠다고 공언했지만, 당대표는 여전히 ‘얼굴마담’에 머물렀고 당은 청와대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된다면 당의 쇄신도, 국정개혁도 입에 발린 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민주당대표 지명은 그 절차나 내용으로 보아 김대통령의 ‘국정개혁 결단’에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인사가 진정 국정개혁의 의지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정권재창출의 한 전략에서 나온 것인지는 앞으로의 당 운영과정을 지켜보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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