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떠나는 4인방 "한국 체조계는 누가 지키지?"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7시 42분


시드니올림픽 평행봉 은메달리스트인 한국남자 체조의 간판 이주형이 은퇴선언을 했다.

이주형은 99년 세계선수권대회 평행봉 1위를 차지하는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평행봉에 있어서는 세계1인자에 올랐던 선수.

이주형은 체조 별들의 잔치인 월드컵파이널스 대회 동메달을 끝으로 은퇴를 했다. 이주형에 앞서 뜀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여홍철 역시 올림픽 메달 획득 실패 후 은퇴를 선언했다.

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체조를 이끌었던 이주형의 동생 이장형과, 정진수 등도 연이어 앞으로 대표선발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결국 한국남자체조 4인방이 모두 떠나게됐다.

아쉽지만 이들 4인방 여홍철(29), 정진수(28), 이주형(27), 이장형(26)은 체조선수로서는 벌써 환갑을 지난 늙은 나이들. 은퇴를 했어도 벌써 했어야 했다.

문제는 이들을 밀어내는 후진 세력들이 없는 것.

한국 체조 선수층은 너무나 얇다. 현재 대한체조협회에 등록된 남자 선수는 초등학교 214명, 중학교 140명, 고등학교 170명, 대학교 123명, 실업 32명, 시도군청 21명이 전부이다. 물론 다른 비인기 종목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체조는 이렇게 빈약한 조건에서도 세계랭킹 1위라는 간판을 달기도 했다.

유옥렬, 여홍철, 이주형 등으로 이어지며 꾸준히 세계수준의 선수들을 발굴했지만 지금은 틀리다. 이제 더 이상 뛰어난 후배들이 나타나질 않고 있다.

그나마 세계체조 상위 랭킹에 들어 있는 선수들은 이들 4인방 외에도 대부분이 실업팀에 소속된 2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다. 이제 모두들 체조계를 떠날 나이에 처한 입장이다. 체조는 다른 종목에 비해 유연성과 근력 등 신체 전체의 고른 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대 중반만 되도 쇠퇴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4인방도 엄청난 고된 훈련을 소화하며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경기에 임해왔다. 이제 떠나는 이들은 자신이 목표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해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이 없기 때문에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 뿐이다.

은퇴를 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는 이들이지만 이렇게 빈약한 현실에서 훌륭한 후배를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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