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500만’의 허실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00분


“골프는 참 좋은 운동이지요. 그렇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근무할 때는 골프를 잊고 살았어요. 왜 그랬을까요. 골프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미술관이며 박물관이며 가볼 곳이 좀 많습니까. 지역에 따라 시기에 따라 펼쳐지는 문화행사는 얼마이며 먹을거리 역시 얼마나 다양한지.” 관광이 골프보다 재미있다는 그의 말을 수긍하지 않는 사람들도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인정하리라 본다.

▷며칠전 김포공항에서는 자못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올해 500만번째 입국자가 된 한 중국인에게 꽃다발과 호텔 숙박권 등 기념품을 전달한 행사였다. 뜻밖의 일에 얼떨떨해 했던 500만번째 입국자의 기분이야 어떻든 그 소식을 보고들은 시민의 기분은 흐뭇했을 듯싶다. ‘외래 관광객이 그렇게 많아. 지난해에도 관광수입이 흑자였다는데 올해는 더 좋을 모양이지’라는 생각도 했음직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외래관광객의 증가는 가파른 상승세이다. 관광공사의 통계를 보면 61년 1만1000여명이었던 외래 관광객은 78년 100만, 88년 200만, 91년 300만, 98년 400만명 돌파에 이어 올해 500만명을 돌파했다. 또 89년 해외여행자유화이래 한동안 적자였던 관광수지도 최근 호조를 보였다. 98년과 99년의 관광수지가 각각 42억여달러와 28억여달러의 흑자였다. 관광산업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극복에도 일조를 한 셈이다. 입국자 500만명 돌파 행사도 그 덕을 보았을 터이다.

▷그러나 500만명 돌파라는 말에 마냥 느긋해할 형편은 아니다. 출국 여행자는 이미 11월말에 500만명을 넘어섰고, 관광수지도 10월말 현재 7200만달러 흑자이지만 3·4분기에는 수억달러의 적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말 연시를 맞아 공항은 해외여행객으로 연일 북새판이라고 한다. 출국자가 늘어나는 만큼 외국인을 더 끌어들이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2001년은 ‘한국방문의 해’이다. 행사나 ‘초롱이와 색동이’ 마스코트 같은 ‘포장’도 필요하다. 하지만 보면서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한국적인 ‘내용물’의 개발이야말로 더욱 절실한 과제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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