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일산 '러브호텔' 탈출구 캄캄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41분


탈출구를 찾는 것처럼 보였던 일산신도시 러브호텔 유흥업소 난립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일년 내내 이 문제와 씨름했던 이곳 주민들은 연말이 되도록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 허탈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의원이 시민대표를 폭행한 사건까지 발생해 주민들의 분노가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숙박업소 업주들도 생계 위협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어 일산신도시 러브호텔 유흥업소 문제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시의원 폭행사건〓고양시의회 고오환의원은 17일 오후 9시경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S음식점에서 러브호텔과 나이트클럽 문제 해법을 놓고 토론을 벌이던 ‘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한수씨(41)를 폭행했다.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던 고의원이 주먹을 휘두른 것. 김씨는 “말로만 대책을 세웠다 해 놓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아 시의원에게 의견을 전달하려다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합의안 불이행〓11월 1일 러브호텔 공대위는 황교선 고양시장과 합의문을 작성, 공무원과 시민대표, 전문가 등 16명이 참여하는 실무기구를 만들어 러브호텔과 유흥업소 문제를 풀어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고양시는 일방적으로 구성원을 23명으로 늘리면서 대표성 논란이 있는 시민대표, 업주 등을 추가해 반발을 샀다. 당초 11월초 내리기로 했던 나이트클럽 공사중지 명령은 유야무야됐다.

역시 합의안에 포함됐던 학교정화구역내 숙박시설 공사중지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시민 반발〓일년을 끌어온 반대운동의 결과로 얻어낸 합의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거리 시위와 서명운동 등 강도 높은 ‘실력행사’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러브호텔 공대위 김인숙 대표(46)는 “시에서 일방적으로 구성한 실무기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석동 주민이 나이트클럽의 건축 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18일 심의를 마치고 행복추구권을 내세워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돼 시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업주들도 반발〓13곳에 이르는 숙박업소와 유흥시설이 연말까지 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고양시는 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준공검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업주들은 준공검사가 떨어져야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줄 수 있으나 검사가 나지 않아 부도 위기에 몰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업주들의 처지까지 실무기구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시의 일방적 처사 때문에 업주들도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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