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점자책 만들기 12년 화도진도서관 황숙경씨

  • 입력 2000년 12월 15일 0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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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시간째. 쉬지않고 점자타자기를 ‘꾹꾹’ 눌러 점자도서를 만드는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녀의 손가락엔 굳은 살이 떠날 새가 없다.

인천 화도진도서관 시각장애인실 황숙경씨(37·여). 10년이 넘도록 한자리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도서와 녹음(錄音)도서를 만들어 오고 있다.

지난 88년 10월 화도진도서관 개관과 함께 국내에선 두번째로 개설된 시각장애인실을 담당하게 된 황씨는 도서대출 업무 외에 자신이 직접 점자도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점자타자기를 눌러봐야 고작 8장 분량(560자)의 점자를 만들 정도로 어려운 작업. 이제는 컴퓨터 입력방식으로 점자도서를 만들기 때문에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지만 한 권의 점자도서라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황씨는 퇴근도 마다하고 13평 남짓한 시각장애인실을 지킨다. 이렇게 해서 화도진도서관에 구비된 점자도서 2567권 중 359권, 녹음도서 5792개 중 1005개를 직접 만들었다.

94년부터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얻어 녹음도서 제작도 병행, 연간 1000여명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86년 전문대 시절 우연히 시각장애인 보행훈련을 받으며 시각장애인들의 고통을 느끼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결혼도 시각장애인과 했다.

황씨의 남다른 노력으로 화도진도서관은 최근 문화관광부 ‘2000년 문화기반시설 관리운영평가’에서 도서관 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황씨는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작업을 여전히 ‘봉사활동’ 수준으로 보는 사회전반의 시각 탓인지 12년째 ‘기능직 9급’ 신분이다.

황씨는 “점자도서를 읽고 새 희망을 찾게 됐다는 시각장애인들의 감사편지를 받을 때마다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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