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孔子 '고뇌하는 지식인'

  • 입력 2000년 12월 8일 19시 03분


◇ 공자연의 상·하 / 딩인성(丁寅生) 지음 장순용 옮김 / 330쪽 내외 각권 9000원 들녘

최근 TV의 공자강의 등 공자에 관한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공자의 전기소설. 공자를 다룬 중국 최초의 소설로 중국에서는 공자 연구서로도 각광받고 있는 책이다. 비록 연의(演義·소설)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여러 고서들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공자에 대해 확실하면서도 생생한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저자(1875∼1940)는 청나라 말 화북(華北)의 한 서원에서 공부하고 산동(山東)성 임기(臨沂)의 지방지를 편찬하는 일에 종사했던 선비라는 사실 외에는 더 이상 알려진 것이 없다.

공자의 출생과 성장, 노나라에서의 정치참여와 좌절, 여러 나라를 다니며 겪은 역경과 고난 등을 사실과 사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상력이 결합돼 보여준다. 공자가 자로 자공 안회 등 문하의 제자들이나 각국 장수들과 나눈 얘기, 주요 사건에서 취한 말과 행동 등을 통해 공자의 일관된 사상을 드러낸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춘추시대의 천하질서가 무너지고 약육강식의 전국시대가 시작되던 때. 혼란하고 위태로운 시기에 공자는 예악(禮樂)과 인의(仁義)를 중시했던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했으며 옛 성인들의 도덕정치를 당대에 재현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의 정치 이상은 어느 곳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제후들은 하나같이 국력을 키워 패자(覇者)가 되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만년의 공자는 제자를 키우는 일에 정성을 기울였다.

온갖 수난과 유혹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도(道)를 지키려는 모습을 통해 공자가 성인이기 보다는 고뇌하고 갈등하는 지식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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