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쟁점토론]한전 분할 민영화-해외매각

  • 입력 2000년 12월 8일 18시 42분


한전의 발전사업 등을 분할해 민영화하기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 법안이 8일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한전의 민영화와 해외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민영화 찬성론측은 독점 공기업 체제로 운영돼온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전력시장 개방 및 국내시장에서의 유효 경쟁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국내외 독점자본의 공익 기간산업 지배력만 강화시킨다고 반박하고 있다.

▼ 찬성 / 경쟁통행 효율 높여야 재정 개선 ▼

독점 공기업인 한전에 의해 운영되던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한전이 전력을 차질 없이 공급함으로써 큰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에는 상당부분 독점 공기업의 누적된 비효율성의 대가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앙집중적 결정으로 인한 투자의 비효율, 조직의 관료화와 확대 지향적 경영에 따른 낭비, 투명하지 못한 공익적 비용 부담 등 구조적 문제에 따른 비용이 모두 요금에 포함돼 있다. 한전의 분할 민영화는 전력사업자간의 경쟁으로 이런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하고 강력한 수단이다.

2015년에는 전력수요가 지금의 약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투자비다. 공기업 체제로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95년에 9조원이 채 못됐던 한전의 빚이 99년 말 25조원에 이르렀다. 빠른 속도로 빚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 혈세로 막을 수도 있고 빚을 갚고 시설을 늘리기 위해 전기요금을 대폭 올릴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국민이 막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들은 한 부분을 고쳐서 해결될 수 있는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들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단순히 한전의 경영개선 수준이 아니라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효율을 높이고 합리적인 전력투자를 유도하자는 것이 구조개편의 본질이고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전력산업의 운영 원리가 시장 중심으로 변하지 않고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조개편 법안은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정한 경쟁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세계적인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들도 이를 독려하고 있고, 유럽 미주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구조개편을 추진했거나 하고 있다. 효율 향상을 통한 전기요금 인하는 구조개편을 단행한 해외 각국의 공통된 경험이다. 우리는 이들 국가에서 진행된 구조개편의 기본구조를 채택하고 전기요금 인하, 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를 검토해 정형화되고 검증된 계획에 따라 전력산업을 개편하려고 한다.

아직도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단기적인 전기요금 인상, 전력공급의 불안정, 국부유출 가능성 등 의미 있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제기되는 의문은 구조개편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이 점에서 앞으로 할 일이 더욱 많고, 개혁이 개혁답게 추진되고, 그 효과를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진우(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연구단장)

▼ 반대 / 대량해고-전기료 인상 '비용' 더 커 ▼

정부는 ‘국가신인도’라는 유령에 쫓기어 무모한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각종 개혁입법안의 통과에 맞서서 사사건건 반대하던 한나라당도 이상하게 한전 민영화 방침에 관해서만은 집권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중요 기간산업의 민영화는 일단 시행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 국가적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충분한 논의 없이 바람몰이식으로 이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민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간산업 민영화는 공공부문이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할뿐더러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만성적인 국가의 재정압박을 가져온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로 추진된 안이다. 정부는 이 모든 나라에서 민영화가 건전 재정과 기업 효율성 강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이 모든 나라에서 국가의 재정안정과 기업의 효율성 강화를 가져왔는지는 아직 논란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영국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에 비해서 공기업 부문의 매출이나 고용규모가 크게 낮다. 더구나 정부가 팔아치우려는 한전의 경우 일반 재벌기업에 비해서도 부채 규모가 현저히 낮고, 오히려 금융기관으로부터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아온 기업이다. 더구나 부채도 많은 설비투자와 낮은 전력요금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민영화가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등식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오히려 사적인 독점이 강화돼 국가 사회적 비용은 늘어날 수 있다. 더구나 외국자본은 13%의 투자보수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사기업이 인수할 경우, 국민 전체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민 기초생활과 직결되는 전력산업의 경우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고, 시장에서 자유경쟁상태에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인수한 기업이 추가적인 전력요금 인상을 요구하면 소비자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량해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고려돼야 한다.

한국전력을 공기업으로 만들어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퍼부었던 이유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사기업이 전력 생산 주체가 되면 그들은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 산업부문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산골짜기와 낙도에 전력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력 요금의 상당한 인상은 거의 불가피할 것이다. 개별기업은 이익을 남길지 모르지만, 다수의 소비자와 해고된 노동자들, 그리고 정부에 그 부담이 전가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효율성인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민영화 외에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낙하산 인사나 과도한 규제, 그리고 이해 당사자인 국민과 노조의 경영참여를 배제한 것에도 기인하고 있다. 즉 자율경영체제 확립을 통한 경영 합리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김동춘(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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