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쟈딘, LG 자금악화설 과장됐다 주장…투자자 오도할 수도

  • 입력 2000년 12월 5일 14시 59분


LG그룹의 유동성위기설은 과장됐다는 보고서가 한 외국계증권사에서 나와 주목된다.

쟈딘플레밍증권은 5일 LG그룹에 대한 '유동성 위기설'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오히려 그동안 자금악화설로 LG그룹계열사들이 시장수익률을 밑돈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철중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LG그룹 계열사들이 자금부족을 겪고 있다는 소문으로 시장수익률을 밑돌았는데 결합재무제표 분석결과 단기유동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걸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금융기관을 제외한 35개 국내계열사와 82개 해외법인의 결합재무제표를 분석한후 이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김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LG그룹의 올해 이자보상배율은 2.8배. 2003년 2.9배, 2004년3.1배로 점차 개선되는 걸로 나타났다. 즉 시장에서 우려하는 '유동성 부족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ROE(자기자본수익률)과 ROA(총자산수익률) 등은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했다.

즉 올해 8.5%에 달했던 ROE는 6.8%(2001년) 6.7%(2002년) 등 하락세를 나타낸다.

ROA도 마찬가지다. 올해 7.1%에서 6.2%(2001년) 5.9%(2002년) 등으로 줄어든다.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자산효율성과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것을 보여준다.

쟈딘프레밍증권은 또한 올해 LG그룹의 순현금흐름은 1조 24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지만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한다고 추정했다. 즉 내년 550억원, 2002년 8150억원, 2003년 1조 3120억원의 순현금흐름을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부채규모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냈다. 올해 20조 8000억원으로 늘어난 부채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부터 소폭 줄어들다가 2004년엔 17조 6360억원으로 감소한다.

이같은 분석을 통해 쟈딘플레밍증권은 LG그룹이 정보통신에 그룹역량을 집중해도 자금조달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LG그룹이 가장 원하는 답변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쟈딘플레밍증권의 보고서는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칫 투자자들을 오도할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2가지 측면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김 애널리스트가 인정했듯이 이 보고서가 LG그룹 전체의 유동성을 분석하다보니 "특정 계열사의 순이익을 대주주가 마음대로 적자가 나는 회사로 넘길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즉 대주주가 임의대로 흑자회사의 자금을 적자회사에 지원해 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이것은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또한 LG그룹의 자금난이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도 이같은 한계를 인정한다.

또한 내년도 국내경제 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는데도 영업이익을 올해와 동일한 수준에서 전망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은 매출액을 적정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이익을 줄인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도 국내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LG그룹의 영업이익을 4조 3030억원으로 추정한 쟈딘플레밍증권은 내년도 영업이익을 4조 79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정유 LG화학 LG전자 LG텔레콤 등은 전형적인 경기관련주이기 때문에 내년도 그룹전체의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시장의 일반적인 정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A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LG화재에 대한 S&P사의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는 등 다소 민감한 시기에 보고서가 나왔다"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설득력이 떨어져 LG그룹의 자금악화설을 희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고 평가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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