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움직이는 발전소 '연료전지'… 오염걱정 덜고 자원 풍부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51분


21세기 인류의 생활을 바꿀 핵심기술인 ‘연료전지’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어 몇 년 안에 자동차, 잠수함, 노트북컴퓨터 심지어 휴대전화의 배터리까지 대체할 전망이다.

연료전지는 60년대 제미니 우주선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데 사용된 값비싼 기술이었지만, 금세기 중반에는 내연기관이나 배터리처럼 흔한 존재가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연료전지에는 ‘전지’란 말이 붙어있지만, 전기를 저장하지 않고 생산하는 소형 발전소이다.

따라서 연료전지 자동차는 ‘달리는 발전소’이고, 연료전지 휴대폰은 ‘주머니 속 발전소’인 셈이다.

연료전지의 발전원리는 물의 전기분해를 거꾸로 한 것으로 보면 된다. 물에 직류전기를 흘려주면 분해돼 수소와 산소가 된다. 반대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전기와 물이 나온다. 이 때 나오는 전기를 뽑아 쓰는 게 연료전지이다.

▼ 오염걱정 덜고 자원 풍부 ▼

연료전지는 열 손실이 없어 내연기관보다 효율이 2배 가량 높다. 또 배기가스 대신 물이 나오고, 화석연료처럼 에너지 고갈 문제도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연료인 수소는 탄소와 수소원자로 이루어진 석유, 천연가스, 바이오매스, 메탄올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추출할 수 있으며 광촉매와 태양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들 수도 있다.

현대―기아 연료전지개발팀 이기춘 박사는 “연료전지는 e비즈니스 다음으로 유망한 사업이어서 미국에서는 최근 벤처기업들이 수백 개 생겨났고, 일본 정부는 정보기술, 생명공학, 연료전지를 21세기 3대 산업으로 꼽고 연구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료전지 자동차〓그동안 차세대 무공해 자동차로 ‘전기자동차’가 꼽혀왔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축전지형 전기자동차’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축전지는 무겁고 비싼데다, 충전속도가 느린 게 큰 단점이다. 전기자동차를 움직이려면 값비싼 노트북컴퓨터의 배터리(니켈수소전지)가 2만개나 필요하다.

▼ 수소연료 자동차 등장 ▼

지난해 연료전지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현대자동차는 6개월 동안 165억 원을 들여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해 1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국제 전시회에 선을 보였다. 미국의 연료전지회사인 IFC사와 공동 개발한 산타페 모델의 이 자동차는 한 번의 수소 충전으로 1백60㎞를 달리고, 최고속도는 시속 124㎞이다.

이 자동차의 연료는 수소이다. 하지만 주유소, 파이프라인 등 연료공급체계가 석유에서 수소 중심으로 바뀌는 시기는 2020년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를 포함해 다이믈러, 포드, 혼다 등 주요 회사는 가솔린과 메탄올을 쓰는 중간단계의 연료전지 자동차를 2004년 시판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자동차는 연료전지 외에도 가솔린이나 메탄올을 수소로 바꿀 수 있는 연료 변환기를 내장하게 된다.

△연료전지 잠수함〓국방부는 22일 2009년까지 1조2천7백억 원을 들여 연료전지를 탑재한 차기 잠수함 3척을 독일 HDW사의 기술을 제공받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전에서 잠수함의 성능은 얼마나 물 속에서 오래 버티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최신형 잠수함은 평소에는 디젤발전기와 축전지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지만, 비상시에는 120 킬로와트 짜리 두 개의 연료전지를 탑재하고 2주일까지 물 속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디젤발전기만을 지닌 기존 잠수함은 연료를 태울 때 많은 산소를 소모하므로 하루에도 2,3차례 수면 위로 떠올라 산소를 흡입한다. 그만큼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다. 하지만 연료전지 잠수함은 산소 소모가 훨씬 적어 오래 잠수하는 것이다.

▼ 휴대전화 20일 대기 도전 ▼

△연료전지 노트북 컴퓨터, 휴대전화〓지난해 90g짜리 휴대용 연료전지를 개발해 노트북컴퓨터를 6시간 작동시킨 삼성종합기술원 장혁 박사팀은 2005년 상업화를 목표로 10g짜리 휴대폰용 연료전지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이 휴대전화용 연료전지는 메탄올과 물을 혼합한 용액을 연료로 쓴다.

만년필 잉크 카트리지 정도인 10㎖의 연료로 20일 통화대기, 40시간 연속 통화를 실현시킨다는 계획이다.

장혁 박사는 “휴대폰의 배터리는 충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연료전지를 쓰면 만년필 잉크 카트리지 갈아 끼우듯이 손쉽게 연료를 보충할 수 있고 기존의 리튬이온전지보다 3배 이상 오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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