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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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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당직 판사는 물론 법원 직원들이 새벽까지 업무를 처리하기 일쑤다. 피곤이 몰려오는 심야에 수백장의 수사기록을 뒤적이다 보면 간혹 ‘인간이기 때문에 저지르게 되는’ 실수가 생길 수 있다.
25일 원조교제 혐의를 받은 피의자 3명에 대해 검사가 청구하지도 않은 구속영장이 검찰과 법원의 실수로 발부된 사건은 그런 예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야간 영장을 대충 검토해 발부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영장 전담 판사가 처리하는 주간 영장과는 달리 야간 영장은 서울지법의 민사부 형사부 배석 판사들이 돌아가면서 처리한다. 판사당 1년에 한두번 꼴로 당직이 돌아오므로 제대로 업무파악을 하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형사사건 재판을 담당해 보지 않은 민사부 초임 판사가 영장을 처리하는 경우도 생긴다.
시간 제약도 큰 부담이다. 한 판사는 “한 사람이 야간에 몰려 들어오는 수십건의 영장청구서와 기록을 꼼꼼하게 정독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현실 때문에 야간영장 처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비슷한 사건이 또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의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법원과 검찰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일거리’에 불과할 지 몰라도 그 구속영장 기록 속에는 피의자의 인생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우가 있다. 첫 공판 때마다 피고인들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는지를 다시 확인해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려고 애쓰는 판사도 있지 않은가.
이정은<사회부>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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