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진승현게이트 주역 3인…책임떠넘기기 급급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48분


‘밀월관계에서 원수관계로’

진승현 게이트 파문이 리젠트그룹으로 확산되면서 진승현(陳承鉉) MCI코리아 부회장과 고창곤(高昌坤) 전 리젠트증권사장 제임스 멜론 i리젠트그룹 회장의 삼각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때 밀월관계를 보인 이들 세사람의 관계는 진승현씨의 열린금고 불법대출 파문에 이어 주가조작 사건이 겹치자 나빠질 때까지 나빠진 상태.

주가조작 문제를 풀 고리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고창곤씨. 그는 98년 리젠트그룹이 한국진출을 위해 대유증권(현재 리젠트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리젠트측 국내 대리인으로 전면에 나섰다. 산업은행 자회사였던 산업증권 홍콩사무소에서 일하다가 리젠트측과 공동으로 역외펀드를 운용하다가 짐 멜론회장과 만났다. 고씨는 당시 대유증권 대주주 아들인 이모씨와 절친한 친구사이로 IMF 위기를 맞고 증권영업이 어렵자 이씨를 위한 우호적인 M&A에 착수, 리젠트측에 연결시켰다.

산업증권 대리에서 일약 리젠트증권 경영고문(98년 3월) 대표이사 부사장(98년 7월) 대표이사 사장(99년 5월)으로 승승장구했다. 국내 금융가에서는 그를 ‘IMF 신데렐라’로 불렀다.

진승현씨는 ACE캐피탈이라는 금융부띠끄를 운영하면서 사세를 키워 MCI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진씨는 D사 사장인 황모씨의 소개로 고씨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두사람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다가 비즈니스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됐다는 것.

진씨는 고씨와 친해지면서 적지 않은 능력을 보여줬다는 게 주변의 평가. 금융기법에 대한 노하우가 남다른데다 사람을 쓰는 수완도 고씨를 믿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고씨는 이런 진씨를 1년에 2∼3차례 한국에 오는 제임스 멜론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가조작 사건에서는 고씨가 280억원을 진씨에게 빌려줬기 때문에 공동으로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리젠트측에서는 불법대출한 고씨를 지난 5월에 해임했다고 말한다. 반면 고씨는 파문이 커지자 스스로 사퇴했다고 밝히고 있다.

리젠트그룹측은 “짐 멜론회장이 고씨와 진씨를 시켜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금감원의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며 “열쇠를 쥐고 있는 고씨가 빨리 검찰에 나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측은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한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려 한 흔적이 뚜렷했다”며 “밀월관계가 지금은 서로를 헐뜯는 나쁜관계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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